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6·12 북·미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1박2일 일정이라고 한다. 3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 방중이다. 방문 목적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도움을 구하려는 의도에서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푸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미·중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대미 전략을 모색할 것도 자명하다.
우려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행보가 ‘북한 비핵화’ 노정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느냐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도, 동북아의 안보지형도 크게 바뀔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자세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하지만 벌써 ‘의심스런 행태’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에는 북한 무역상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한때 1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북한 무역상은 최근 2배가량으로 불어났다. 대북제재 이후 가동을 멈춘 단둥 지역 공장들도 재가동을 시작했다. 북한 노동자의 중국 파견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대북 관광제한도 전면 해제했다고 한다. ‘사드 보복’ 차원에서 지난해 3월 단체관광을 금지한 한국에 대한 여행제한은 풀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재 빗장만 푼 것이다. 대북제재 전 북한의 한 해 관광수입은 4000만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금이 북한으로 다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5월 이후 변화한 상황이다. 미국이 공언한 ‘최대의 압박’은 휴지조각으로 변하게 생겼다.
중국은 입만 열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그런 중국이 국제사회의 공조 노력에 이렇게 큰 구멍을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이 뒷문을 연 의도는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자국의 잇속을 챙기려는 술수다. 미국의 무역압박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중국이 뒷배를 봐주면 북한의 비핵화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동북아 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은 북핵이다. 북핵을 두고 평화로운 동북아를 바랄 수는 없다. 북한 비핵화가 수포로 돌아가면 미국의 군사옵션이 되살아나고, 일본은 핵무장에 들어갈 수 있다. 중국은 그런 상황을 바라는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바란다면 시 주석은 북한 뒷배를 봐줄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아시아 지도국을 꿈꾸는 중국이 해야 할 일이다.
[사설] 또 김정은 만난 시진핑, 제재 뒷문 닫고 핵 폐기 설득해야
기사입력 2018-06-19 23:57:39
기사수정 2018-06-19 23: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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