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중요한 배터리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보다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전기 자동차의 동력원으로도 사용된다. 스마트폰은 중앙처리장치(CPU)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기 위해 리튬 이온 배터리 한 개가 동력원으로 사용되지만 전기 자동차는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모터를 돌리기 위해 수백 개의 배터리를 직렬이나 병렬로 연결해 놓은 여러 개의 배터리 팩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스마트폰과 전기 자동차의 주 동력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리튬 소재는 전기화학적 전위를 나타내는 서열에서 매우 낮아 서열이 높은 탄소와 만날 때 다른 재료에 비해 비교적 큰 전압차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 |
문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배터리의 노화 및 잔량에 대한 걱정은 향후 지금보다 더욱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리튬 이온 배터리의 노화 및 방전 속도를 예측할 수는 없을까.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방전에 대한 걱정 없이 배터리의 활용 시간을 알 수 있고, 충전과 폐기해야 하는 시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의 노화 상태 및 충·방전 감속량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때 노화를 나타내는 지수로 SOH(State of Health·예상수명)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배터리의 SOH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분광학과 전기화학 기술모델을 이용해 음극, 양극, 전해액 내부의 물성치(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값) 변화를 측정해 추론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다양한 물성치 변화를 모두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 신소재 개발 등 순수 연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충·방전 배터리 내부를 간단한 전기회로 형태로 모델링해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저항영역을 통과하며 전력량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는 양극, 음극, 저항의 변화율을 계측하면서 신호처리 등 실시간 제어기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한 불확정성 변수 찾기가 어려워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는, 필자도 지난해 세계 저명 학술지인 ‘나노사이언스 및 나노테크놀로지 레터’에 게재한 바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표준상태 물성데이터를 확보하고 전기화학 지배방정식을 컴퓨터로 분석하면서 SOH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실험으로 검증된 모델링을 바탕으로 얻어진 기준데이터가 확보돼 있어 실시간으로 얻어진 데이터와 비교를 통해 노화상태 및 방전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문제가 있으나 통신 속도의 대폭 증가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개선으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다. 전기차, 드론, 첨단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바로 배터리다.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는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BoT(Battery of Things·배터리 중심) 시대가 열려 배터리를 활용하면 시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지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매일 겪고, 앞으로도 겪어야 할 배터리 충·방전에 대한 걱정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명예측 알고리즘의 완전한 상용화로 해소될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해 본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