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장관은 지난 15일 해군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명나라가 그들(중국)의 모델인 것 같다"며 "좀 더 근육에 의존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 돼 베이징에 머리를 조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고압적인 자세로 주변국에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중국식 '힘의 외교'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요 섬과 암초를 군사 기지화하며 남중국해를 독식하려 하고 있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맞서 작년 2월 성주에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자 중국은 단체 여행객의 한국행을 금지하고, 화장품 등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을 어렵게 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WP는 매티스 장관의 이번 발언이 세계를 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야심에 강한 경고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나름 의도한 바가 있겠으나, 명나라를 끄집어낸 것이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을 옛 명나라에 비유하는 것은 거꾸로 중국이 당시 역사를 대외 확장의 역사적 명분으로 삼는 것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유라시아를 잇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 중이다. 중국 지도부는 명나라 시대 정화(鄭和)의 대항해를 예로 들어가면서 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중국 역사를 봤을 때 명이 활발한 대외 원정에 나선 수, 당, 원 등에 비해 호전적인 국가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의 '힘의 외교'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굳이 명을 사례로 든 것이 적절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폴 머스그레이브 매사추세츠 주립대 앰머스트 캠퍼스 교수는 옛 냉전 시기에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과거 나치와의 뮌헨 협정을 예로 들면서 공산주의 세력과 대립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은유를 쓰는 것은 정책 결정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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