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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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도 ‘난민 빗장’ 어찌 풀지 고민할 때가 됐다

제주도에 몰려든 예멘인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지난주까지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은 총 561명이다. 이들은 예멘 내전을 피해 제주에 왔다.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의 예멘에선 2015년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 간 내전이 벌어지면서 19만여명이 해외로 탈출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말레이시아로 향했다가 체류 기간인 90일이 지나자 쿠알라룸푸르∼제주 직항 노선을 타고 제주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국내 여론은 부정적 견해가 더 많다. 어제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용 반대 49.1%, 찬성 39%로 나타났다. 예멘인들의 입국을 막거나 추방하라는 여론도 비등하다. 돈 벌러 온 가짜 난민이라는 막말이 쏟아지고, 테러리스트들이라는 혐오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수십건 올라 있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에는 어제 오후까지 3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한국은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예멘인들에 대한 국민 인식에서 보듯 난민 수용에 매우 인색한 상황이다. 1994년 난민을 처음 받아들인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 수는 4만470명에 달한다. 심사가 끝난 2만361명 중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고작 4.1%인 837명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의 난민 인정률 37%에 턱없이 못 미친다.

우리도 이제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시점이 됐다. 한국은 반세기 전만 해도 대량으로 난민을 배출하던 나라였다. 식민 지배와 전쟁·분단을 거치는 동안 많은 이들이 타국에 몸을 의탁했다. 6·25전쟁 이후 발생한 수많은 고아들을 따뜻이 품어준 곳은 미국·유럽 선진국이었다. 우리에게는 이들 국가의 선의에 화답할 책무가 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자란 우리의 위상에 맞게 난민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지구촌의 인권 개선에 관심을 갖고 꽉 닫힌 난민의 빗장을 어찌 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