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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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기자의 피로프! 피로프!] 뜨거운 로스토프 … 태극전사 ‘이열치열’

한낮 온도 영상 34도까지 치솟아 / 러 출신 자원봉사자들도 손사래 / 선수들 “더위 이기자” 서로 독려 / 대표팀 보양식 등 준비 뒷바라지
21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시설 관계자들이 경기장 주변에 물을 뿌리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플라토프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더운 ‘김’이 확 끼칩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폭염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네요. 반바지 차림으로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입니다. 한낮 온도가 영상 34도까지 치솟는 통에 모스크바 출신의 자원봉사자 알렉세이 막심(26)씨는 “러시아 출신인 나도 못 당하겠다. 그늘에 숨을 수밖에 없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로스토프의 낮 열기는 ‘불볕’으로 이름난 한국의 대구와 비슷합니다. 그나마 습도가 30% 수준으로 높지 않아 축축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신태용호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날씨가 천양지차라는 점이죠. 최근 서북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장대비가 시원하게 내린 탓에 기온이 10도 중반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매서운 칼바람까지 불면서 취재진에도 ‘감기 경보’가 내렸죠. 하지만 그곳과 1800㎞ 떨어진 남부 도시 로스토프의 기후는 판이하게 달라 ‘도깨비 날씨’를 제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와 멕시코의 조별리그 F조 2차전 장소인 로스토프 아레나도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죠.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신태용호의 피서법은 ‘이열치열’입니다. 선수마다 더위를 타는 개인차는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기성용(29)을 중심으로 “날씨에 지지 말자”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미 선수들은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이란의 아자디 등 ‘지옥 원정길’에 올라 홈팬들의 텃세와 변수가 많은 날씨에 맞서왔죠. 사전에 단련이 된 만큼 이 정도 더위야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쉽게 지치는 날씨라 체력 관리는 필수입니다. 거친 몸싸움이 예상되는 멕시코전은 경기 후반에도 얼마나 뛸 힘이 남아있느냐에 승패가 달렸죠. 이를 위해 신태용호의 식단 뒷바라지를 책임지는 김형채(45) 조리장은 지난 20일 일찌감치 로스토프로 건너 와 보양식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의무팀 역시 24시간 대기하며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혹독한 날씨도 무섭지 않다고 말하는 태극전사들이 ‘강적’ 멕시코까지 격파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