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드루킹특검’ 수사인력 파견 지연… 시작도 전에 ‘삐그덕’

“거길(허익범 특별검사팀) 누가 파견 가고 싶어 하겠어요. 가봤자 커리어(경력)에 흠집만 생길 뿐인데···.”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사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검팀을 바라보는 검찰 내 시선이 곱지 않다. 검찰조직 내에선 “특검을 할 사안이 아닌 정치적 이슈였는데,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의 ‘오락가락 브리핑’으로 공연히 일만 커져 적잖은 인력을 특검에 파견하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서울청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의원 시절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가 며칠 만에 말을 뒤집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각계의 거센 비판 속에 특검이 출범했다.

적폐청산 수사로 그러잖아도 일손이 부족한 검찰은 특검의 인력 파견 요청에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공무원 35명을 파견받을 수 있다. 한 검사는 “1개 부서당 검사가 3∼4명인 점을 고려하면 검사 13명을 보내는 건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통째로 특검에 옮겨놓는 것과 같다”며 “검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법무부와 검찰이 파견 인력 선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김모 씨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 12명을 보내달라”는 특검 측 요구에 고심하다 20일에야 파견검사 10명 명단을 통보했다. 그나마도 특검 측 요청 인원보다 2명 적다.

특검이 요구할 특별수사관과 공무원도 결국 검찰 수사관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특검팀 관계자는 “짧은 수사 기간 기록을 검토하고 성과를 내려면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수사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검법상 보장된 수사 준비 기간 20일은 특검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인 만큼 최대한 빨리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특검팀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검팀 대변인을 맡은 박상융 특검보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파견검사 선정이 늦어진 건 중요하지 않고 (늦어진 이유를 법무부에)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10명이면 10명 주는 대로 받아서 할 뿐 늦어진 이유는 궁금하지 않다”며 “열정을 가지고 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왼쪽) 특검보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간담회장에서 허익범 특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특검보는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드루킹 김씨가 다음 달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받지 않으면 풀려나는데 정해진 방침이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팀이 ‘공개재판’을 받는 핵심 수사 대상의 재판 진행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검찰조직 내에서 특검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