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멕시코전의 전광판은 1-2 한국의 패배로 선명히 적혀 있었다. 2연패를 피하지 못한 대다수 한국 선수들은 홍건히 적신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된 채 그라운드에 주저 앉거나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들을 그라운드에서 일으켜 세운 건 주장 기성용과 에이스 손흥민의 위로와 격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성용 “최선 다해줘 고맙다”…손흥민 “정말 노력”
손흥민을 비롯해 한국 선수단 등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은 이날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이 끝난직후 주장 기성용의 신호에 그라운드 중앙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종료 휘슬에 털썩 주저 앉거나 드러누웠던 선수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은 이날 투혼을 불살랐지만 끝내 멕시코전 패배를 막지 못한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최선을 다해줘서 졌지만 너무나 고맙다."
실제 한국 선수들은 이날 98.97km를 뛰어 96.59km를 뛴 멕시코 선수들보다 훨씬 더 뛰었고 파울도 24개를 기록, 7개를 기록한 멕시코보다 많았다. 한국 선수들은 멕시코 선수들보다 한발 더 뛰고 더 투지 있게 맞선 것이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그림 같은 골을 넣었던 손흥민도 조별리그 2연패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며 기성용을 거들었다.
"모두 고맙다. 우린 정말 노력했으니 고개 들자."
선수들은 기성용과 손흥민의 격려와 위로에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곧이어 축구팬들이 있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응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손흥민 “첫 출전 승우, 희찬, 선민 너무 잘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와 팬·동료들을 향한 미안함과 패배에 대한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히면서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손흥민은 "제가 많이 미안하다. 초반에 찬스 왔을 때 공격수 입장에서 잘해줬어야 했다.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 왔을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세종이형, (문)선민이, (이)승우, (황)희찬이 등 월드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며 "너무 잘해줘서 팀원으로서 많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내가 어릴 때 그만큼 잘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성용이 형한테는 많이 죄송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성용이 형이 지고 있는 짐을 나눠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못 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기성용은 경기 후 왼쪽 종아리를 다친 것으로 확인돼 목발에 의지한 채 왼발을 들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가야 했다.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던 취재진과 인터뷰도 사양했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