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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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선 수용하라”… 또 떠넘기는 이탈리아·몰타

伊 “몰타해역서 조난… 하선시켜야” / 몰타 “구조와 무관… 입항 책임 없어”/ NGO구조선엔 234명 난민 승선
이탈리아와 몰타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을 누가 받아들일지를 두고 다시 충돌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 200여명을 구조한 뒤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네덜란드 선적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을 수용하라고 몰타에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독일 비정부기구(NGO)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이 배에는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구조된 234명의 난민이 타고 있다. 어린이 4명, 여성 14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비니 伊 부총리(왼쪽), 무스카트 몰타 총리
살비니 장관은 “이 선박은 몰타의 수색구조 해역에서 조난당했다”며 “인도적, 정치적 차원에서 항구 중 한 곳을 열고, 이 절박한 사람들을 하선시킬 것을 몰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배들은 이탈리아 항구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반(反)난민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그는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펼치는 NGO들이 난민 밀입국업자들과 공모해 유럽으로 난민을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몰타 정부는 살비니 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23일 “우리는 주권 국가이며, 누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명령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클 파루자 몰타 내무장관도 “몰타는 구조작업에 관여한 바 없고, 구조작업도 리비아와 이탈리아 섬인 람페두사 사이에서 펼쳐졌다”고 반박했다. 구조작업이 처음에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주도된 만큼 몰타는 이 선박을 항구로 입항시킬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몰타는 지난 10일에도 아프리카 난민 630여명을 태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를 두고 비슷한 갈등을 빚었다. 이 배는 결국 스페인 중도 좌파 정부의 입항 허가를 받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항으로 향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