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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유' 헌신에 '열정페이' 웬말?… 법무부 "예산 늘리겠다"

법무부가 성범죄 등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 보수를 줄여 피해자 지원 위축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세계일보가 처음 보도한 뒤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설명자료까지 내가며 ‘세계일보 등 기사에 거론된 감소액 수치 등에 일부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다만 “예산 부족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앞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당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범죄 피해女 돕는 변호사들 사기 떨어져"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5월10일 전국의 성범죄 등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들에게 이메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 기준표’ 개정안을 발송했다. 개정안을 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받는 보수는 기본수당 2만원이 추가되는 대신 수사·공판절차 참여 수당의 경우 기존 10만∼40만원에서 10만∼20만원으로,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감액된다. 또 재량적인 증감 기준을 기본 보수액의 50%로 한정하고 전화상담 보수는 없어진다. <세계일보 6월22일자 13면 참조>

이에 따라 국선변호사들이 성범죄 등 피해 여성에게 법률지원을 하고 받는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 전망이다. 법무부 안내자료에도 ‘새로운 보수기준표를 적용할 경우 최대 보수 지급액이 240만원에서 94만원으로, 건당 보수지급액은 평균 67만원에서 39만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할 것’이란 취지의 구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지난 2012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다. 성범죄의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피해자를 도와 각종 상담과 고소 대리 업무 등 법률적 지원을 한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을 돕는 일반 국선변론과는 구분된다. 현재 전국 검찰청 등에 등록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규모는 650명(전담 17명·비전담 633명)으로 지난 3월 603명(전담 17명·비전담 586명)에 비해 늘었다.

보수 삭감에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피해자 법률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3년부터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영미 변호사는 “재판이 열리면 5∼6시간 걸릴 때도 있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당사자가 아니지만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 출석한다”며 “우리 노력이 평가절하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7년째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인 서혜진 변호사도 “피해자 국선변호사들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지난 5월31일∼6월1일 이틀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연 ‘2018년도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워크샵’의 모습. 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옛 보수기준 일부 불합리… 예산 증액이 관건

법무부는 ‘예산 부족’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최근 낸 설명자료에서 “최근 3년간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수당 지급 예산은 계속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재정당국에 예산 증액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올해 예산 편성액은 지난해와 같은 25억원”이라며 “추가 증액 없이는 하반기부터 보수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예산 부족 외에 과거 보수지급 기준 중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던 점도 보수기준표 개정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선변호사들의 피해자 상담의 계량과 증명이 어려운 것에 반해 보수액의 제한이 없어 활동 내역에 비해 보수 산정액이 비합리적인 신청 건이 다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수당 및 상담 보수액 제한을 신설하고 추가 절차 참여시 재량 증액 범위를 일괄 상향함으로써 직접적 절차 참여에 높은 비중을 두도록 고쳤다”고 개정 취지를 소개했다.

법무부는 ‘새로운 보수기준표를 적용할 경우 최대 보수지급액이 240만원에서 94만원으로, 건당 보수지급액은 평균 67만원에서 39만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할 것’이란 세계일보 보도 내용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선변호사들에게 발송된 보수기준표 개정안에 기재된 수치는 2017년 1월 모 지방검찰청의 지급 사례 100건을 표본으로 삼아 개정 기준을 시뮬레이션한 수치로 검사의 재량 증액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연간 지원 건수가 약 2만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겨우 100건에 대한 시뮬레이션 수치만으로 전체 지급액이 절반가량 감소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등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사기 저하와 그로 인해 피해 여성 등이 입게 될 2차 피해 우려 등에 대해선 법무부도 대체로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법무부는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당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훈·염유섭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