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36개 경제전망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로 확인됐다. ING그룹은 2.6%,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7%, 도이체방크·JP모건체이스·소시에테 제네랄·스탠다드차타드 등은 2.8%, 바클레이즈·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은 2.9%를 각각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19년엔 경제성장률이 2.7%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수출물량 증가가 불확실한 데다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소비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딜로이트는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는 것에 대해 미 트럼프 행정부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 자체가 흔들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도 정부의 3%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은 2.8%,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를 전망했다.
수출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각종 내수 지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승용차, 가전제품, 가구 등의 소비가 줄면서 소비지표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한 데다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게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 소득부문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 기준)은 월평균 128만670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 역시 272만26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올 들어 5월까지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14만9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5월 월평균 17만2000명 감소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이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3%로 내걸었던 경제성장 목표치 역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32만명으로 정했던 취업자 증가 목표치는 20만명대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경제팀 개편으로 경제팀을 이끄는 한 축이 된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이 현실론자인 점도 하향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리스크는 시장금리는 오르는데 가계부채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나 자영업자대출이 늘어나고 고용악화가 지속되는 것”이라면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