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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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부치는 수출에 내수 부진… 성장률 3% 달성 ‘불확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성장 둔화 전망 / 글로벌 36개 기관 평균 2.9% 전망 / 트럼프 관세 등 G2 무역전쟁 격화 / 저소득층 소득 줄고 고용도 제자리 / 국내 기관들도 2.8∼2.9% 예측 내놔 / 금리 오르는데 자영업 대출 등 늘어 / 전문가 “2차 추경·경기 부양 나서야”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 미만으로 떨어졌다. 고용·투자·소비를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1일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36개 경제전망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로 확인됐다. ING그룹은 2.6%,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7%, 도이체방크·JP모건체이스·소시에테 제네랄·스탠다드차타드 등은 2.8%, 바클레이즈·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은 2.9%를 각각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19년엔 경제성장률이 2.7%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수출물량 증가가 불확실한 데다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소비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딜로이트는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는 것에 대해 미 트럼프 행정부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 자체가 흔들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도 정부의 3%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은 2.8%,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를 전망했다.

수출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각종 내수 지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승용차, 가전제품, 가구 등의 소비가 줄면서 소비지표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한 데다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게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 소득부문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 기준)은 월평균 128만670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 역시 272만26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올 들어 5월까지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14만9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5월 월평균 17만2000명 감소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이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3%로 내걸었던 경제성장 목표치 역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32만명으로 정했던 취업자 증가 목표치는 20만명대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경제팀 개편으로 경제팀을 이끄는 한 축이 된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이 현실론자인 점도 하향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리스크는 시장금리는 오르는데 가계부채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나 자영업자대출이 늘어나고 고용악화가 지속되는 것”이라면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