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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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드루킹 관련자 전원 소환 원칙” 강공 의지

허익범 특검, ‘수사 개시 열흘’ 공식 회견/“주요 대상자 완벽 준비된 후 소환”/ 향후 김경수·송인배 조사 뜻 비쳐/ 포렌식팀, 킹크랩 서버 면밀 조사/“은닉했던 중요 디지털 증거 확보”/ 통화기록·댓글자료 상당수 삭제/ 지명 후 수사팀 구성에 20일 걸려/ "박영수 특검 때와 비교" 회의론도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7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임명 한 달째를 맞는다. 정식 수사 개시는 6일로 10일째를 맞았다. 허 특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관련자 전원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밝혀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직접 불러 조사할 뜻을 내비쳤다. 특검팀 의욕은 넘치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인터넷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6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다시 하는 수사…지켜봐야”

특검팀 대변인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의혹과 관련된 사람이면 다 소환조사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주요 대상자의 경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완벽히 준비가 된 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 초 드루킹에게 인사청탁을 받고 지난해 대선 전에는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시연까지 함께 지켜봤다는 의혹이 불거진 김 지사와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소개시켜준 송 비서관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둘 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만큼 특검 수사 성패가 이들의 혐의를 밝혀내는 데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허 특검은 “그동안 새로운 증거를 찾는 데 매진했고 새롭게 취득한 증거물도 분석에 들어갔다”며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지만 증거 수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고가의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사들여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와 네이버 자동 로그인·로그아웃 기능 등을 담은 ‘킹크랩’ 서버를 구축한 과정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드루킹 등이 은닉한 중요 디지털 증거 일부를 새로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디지털 포렌식 부문을 담당하는 최득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에서 안 한 부분 중 암호와 은닉된 정보를 중심으로 (증거를) 찾고 있다”며 “일부 확인된 부분도 있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박영수 특검과 너무 달라”

특검팀이 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은 특검팀 출범 이전부터 나왔다. 이미 통화기록 보존기간 1년이 지나 김 지사와 드루킹 등의 과거 통화내역 확인이 불가능하다. 인터넷 카페 등 상당수 자료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출신 한 법조인은 “과거 박영수 특검팀이 구성되는 걸 보면 (검경이) 바로 수사인력을 파견해 줬다”며 “이번엔 수사 준비 기간 막바지에야 인원이 충원되는 걸 보니 시작부터 영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는 60∼9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특검법상 보장된 수사 준비 기간 20일이 ‘골든타임’이나 다름없다. 파견검사 선정이 늦어진 것에 대해 특검팀은 법무부로부터 별다른 설명조차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은 “(수사인력 파견이) 늦어진 이유는 궁금하지 않다”며 “‘열정’을 가지고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적인 이유로 출범한 특검인 만큼 선거가 끝나 정치적 관심도 크게 떨어진 점을 지적한다. 반면 특검팀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수사에 매진할 환경이 조성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