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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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583호 전주 풍패지관 ‘서익헌’ 전면 복원

전북 전주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풍패지관(보물 제583호)의 서측 ‘서익헌(西翼軒)’이 전면 해체, 복원된다. 처마와 기둥에서 뒤틀림 현상이 발견돼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조치다.

전주시는 문화재청 문화재보수 지원금 등 총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익헌을 전면 해체한 후 재건립하는 복원작업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복원 작업은 2015년 서익헌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기둥과 처마가 기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거나 금이 가는 현상이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데 따른 조처다. 서익헌의 뒤틀림 등 현상은 풍패지관이 보물로 지정된 1975년 이듬해 이뤄진 보수공사 당시 기와를 전면 교체하면서 조선시대 전통방식이 아닌 일반 기와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존보다 더 무거운 기와를 얹다보니 기둥과 처마가 이를 이기지 못하면서 뒤틀림 등 현상이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용역업체는 이로 인해 더 이상 방치하면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D급’ 판정을 내렸다.

전주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해당 건물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해체를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공사는 이번 달 착수해 2020년 6월까지 진행한다.

전주시는 이번 공사를 통해 조선시대 전통방식에 따라 기와를 제작해 건물을 복원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 등 주요 목재에 대한 재사용 여부는 해체후 정밀진단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서익헌은 동익헌과 함께 주관인 풍패지관의 좌우 측면에 각각 배치된 3칸짜리 단층 맞배집이다. ‘동국여지승람’ 등 사료에 따르면 서익헌은 성종2년(1471년) 전주 부윤 조근이 전주사고(全州史庫)를 지을 때 쓰고 남은 재료로 고쳐 지은 것으로 전한다. 1976년 서익헌 보수 당시 발견된 묵서(墨書)에 의하면 고종 2년(1872)에 중수했다.

풍패지관은 옛 전주부성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 뒤쪽으로는 영화의 거리와 걷고싶은 거리 등 테마형 거리가 조성돼 있고 앞쪽으로는 대로(충경로)와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삼문과 내삼문 등 문루가 사라졌고, 동익헌은 1914년 도로공사로 인해 철거됐다가 1999년에 복원됐다.

중심건물인 주관에는 ‘풍패지관’이라는 편액이 내걸려 있다. ‘풍패’는 한나라를 건국했던 유방(劉邦)의 고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건국자의 본향을 일컫는다. 전주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본향으로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 했으며, 전주 객사는 ‘풍패지관’이라고 했다.

객사(客舍)로도 불리는 풍패지관은 전주뿐 아니라 고려 이후 각 고을에 설치돼 방문한 외국 사신 숙소나 연회장으로 사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위패를 모시고 초하루와 보름에 궁궐을 향해 예를 올린 장소이기도 하다. 풍패지관은 조선에 온 중국 사신 주지번이 익산의 선비 송영구를 찾아가던 중 이 곳에 들렀다가 쓴 글씨로 전해진다.

전주시 관계자는 “뒤틀림 등 정도가 심해 보수보다 전면 해체 복원으로 결정했다”며 “향후 보수공사가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그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