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갔다 제때 못 나오면 어떻게 하지.’, ‘들어가서 어떻게 돌아다니지.’, ‘숙소는 충분할까.’
한 번은 가보고 싶은데 걱정이 앞선다. 여행이 익숙하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짐을 꾸렸을 것이다. 여행이 익숙하지 않거나 어린 자녀, 어르신과 함께 떠난다면 추억쌓기가 아니라 고생길이 될 듯해 주저하게 된다.
걱정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고즈넉함은 약간 양보해야한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다리가 있어 언제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으니 외부와 단절됐다는 기분은 덜하다. 그래도 섬 여행이 주는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도착한 후 다시 연도교를 건너야 선재도를 만날 수 있다. 대부도는 행정구역상 경기 안산이지만, 다리 하나로 연결된 선재도는 인천 옹진에 속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팍팍한 공단지대를 지난 후 시화 방조제를 만나면서부터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여행이 시작됐다는 기분에 흠뻑 빠져든다. 방조제를 건너면 대부도에 이른다. 섬 여행이지만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다. 대부도를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야 선재도에 이른다. 섬 건너에 있는 섬을 만나는 것이다. 다리 하나에 불과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더 멀게 느껴진다. 이제야 섬에 온 듯하다. 대부도와 달리 북적임이 확연히 덜하다. 방조제 건너 만나는 대부도의 첫 인상이 칼국수식당과 낚시용품점이라면, 다리 건너 만나는 선재도는 작은 섬이 먼저 눈에 띈다. 어찌보면 선재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가장 먼저 만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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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 어촌체험마을의 바다 낚시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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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와 측도를 잇는 바닷길은 자갈길이 조성돼 있어, 썰물 때면 차로도 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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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면 바다가 둘로 갈라져 금빛 모랫길이 모습을 드러내며 선재도와 목섬이 연결된다. 대부도와 연결된 선재대교를 건너면 목섬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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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캐기 체험을 하러 가는 이들을 태우고 갯벌을 가로질러 가는 트랙터. |
썰물 때면 바다가 둘로 갈라진다. 서서히 갈라지는 바닷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거무튀튀한 갯벌이 아니다. 금빛 모래가 조금씩 길을 만든다. 선재도와 목섬을 연결하는 ‘모세의 기적’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만날 수 있다.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선재도에서 약 300m 떨어진 목섬에 걸어서 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대 만조 후 서서히 물이 빠지기 시작해 2시간이 지나면 목섬까지 갈 수 있는 금빛 모랫길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밀물 때 물에 잠기면 목섬은 다시 고립된 섬으로 돌아간다. 최대 만조시간 전후로 2시간씩을 제외하면 선재도에서 목섬까지 가는 길이 열려있다고 보면 된다.
‘모세의 기적’은 서해와 남해 많은 섬에서 벌어진다. 대부분 물이 빠져도 걸어가기 힘든 갯벌이거나, 섬까지 거리가 멀다. 선재도와 목섬은 갈라지는 부분이 모래이고, 거리도 부담되지 않는다.
선재도에서는 목섬처럼 바다 갈라짐 현상이 벌어지는 섬이 또 있다. 바로 측도다. 칡이 많이 나서 이름 붙은 섬이다. 목섬보다 큰 유인도다. 측도는 자갈길이 조성돼 있어, 썰물 때면 차로도 갈 수 있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춤추었다는 의미의 선재도는 이 비경 덕분에 미국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섬 33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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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영흥도에 이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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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는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희생한 군인을 기리는 십리포해수욕장의 기념비. |
선재도에서 영흥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섬이 영흥도다. 고려말 왕족 익령군이 나라가 망할 것을 알고 피한 곳이다. 그 이전엔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진도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70일동안 몽골에 대항한 근거지다. 6·25전쟁 때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등 많은 사연을 품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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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소사나무 군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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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포해수욕장 바위절벽에 조성된 나무데크는 산책하기 적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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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포해수욕장의 식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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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장경리해수욕장은 넓은 모래사장과 갯벌이 특징이다. 석양을 받은 반짝이는 갯벌이 매력적이다. |
선재도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면 영흥도는 장경리해수욕장과 십리포해수욕장 등 가족끼리 물놀이를 하기 좋다. 장경리는 넓은 모래사장과 갯벌이 특징이다. 여름에는 석양을 받은 반짝이는 갯벌이 매력적이다. 십리포는 영흥대교 부근 내리선착장에서 10리(4㎞) 떨어진 곳에 있어서 이름 붙었다. 해변 뒤 소사나무 군락이 명물이다. 겨울철 바람이 거세 모래가 많이 날려 인접한 마을에 많은 피해를 주자, 150여년전 마을 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심은 300여그루의 소사나무들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제멋대로 휘어진 나뭇가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해수욕장 끝 바위절벽 옆에 조성된 나무데크도 길지 않아 산책하기 적당하다.
선재·영흥도(옹진)=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