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빵 조각에 엔초비·홍합 등 올려
한입에 ‘쏙∼’ 골라 먹는 재미는 ‘덤’
누룽지처럼 눌어붙은 파에야 ‘바삭’
붉디 붉은 하몽은 씹을수록 감칠맛
아담과 이브가 와서 먹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틴 레스토랑(Botin Restaurant). |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타파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스페인 요리는 수백년에 걸쳐 다양한 지리적·역사적·문화적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로마인으로부터 올리브와 와인의 열정을 이어받았고 7세기에 걸친 이슬람 지배의 영향으로 샤프란, 커민 등 여러가지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 스페인 셰프들은 실험적인 요리법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지만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며,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것이 스페인 요리의 기본 정신이다.
타파스 |
타파스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안달루시아에서 ‘타파(Tapa)’는 스페인어로 뚜껑이라는 뜻으로 20세기 초 국왕 알폰소 13세가 남부 도시 카디스(Cadiz) 인근의 한 해변바에 들렸을 때 유래됐다고 한다. 왕이 셰리주를 느긋하게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모래가 날리기 시작했다. 이때 눈치가 빠른 웨이터가 왕에게 달려가 하몬으로 왕의 셰리주 잔을 덮어 모래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왕은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람이 불지않아도 항상 음식으로 술을 덮어 먹으며 타파스라는 이름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타파스를 먹을때는 와인이나 맥주 한잔을 곁들여 먹는 것이 당연하고, 낮이든 밤이든 조금이라도 출출하면 스탠딩바나 테라스에 앉아 가볍게 즐겨 먹는다.
파에야 |
파에야는 발렌시아(Valencia) 지역에서 탄생했다. 원래 이 음식을 만드는 팬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철판 볶음밥과 비슷한다. 정말 맛있는 파에야는 단립종 쌀과 좋은 마늘, 파슬리, 올리브유, 샤프란으로 완성된다. 쌀은 봄바(Bomba) 품종을 최고로 꼽는데, 우리나라처럼 밥을 따로 만든 뒤 볶는게 아니라 팬에 생쌀을 넣고 샤프란과 함께 육수를 부어가며 만든다. 샤프란은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너무 저렴한 가격에 파에야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샤프란 고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면 식용색소 황색 2호를 사용했을 경우가 크다. 파에야팬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새우, 홍합, 조개 등을 소담하게 담을 수 있는 얕은 팬에서 조리해야 한다. 주문 후 보통 20분 후에 나오는데 우리나라 누룽지처럼 팬 바닥에 깔린 쌀이 바삭하고 구수해졌을 때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소카라트(Socarrat)라고 부른다.
하몽을 들어보이는 안젤라 |
스페인에서는 이런말이 있다. “우리는 돼지의 걸음걸이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먹는다”. 안먹는 부위빼고 다 먹는다는 뜻이다. 하몽(Jamon)은 햄의 한 종류로 초리조, 살시촌, 로모 등 여러 종류의 햄 중에서도 역사와 명성이 가장 깊다. 이탈리아 프로슈토(Prosciutto)와 비슷해 보이지만 스페인의 하몽은 훨씬 더 색이 선명하고 짙은 붉은 색이며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흘러나온다. 마치 버터나 오일을 바른 것처럼 미끈하며 최상의 하몽은 고기, 숲, 풀향이 난다.
하몽 전문 상점 |
하몽 |
글·사진=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안젤라(본명 김유경)은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1인 미디어 푸드채널 테이스티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가 하면 해외의 맛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는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