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발적이고, 비용이 터무니없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중단을 약속했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비용이 실제로는 전투기 한 대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당초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중단으로 미국이 1400만달러(약 157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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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지난해 12월 5일 광주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당시 F-22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했다. 공군 제공 |
WSJ는 “미국의 국방 예산이 연간 7000억달러에 이르고, 2018 회계연도에는 15.5%가 더 늘어날 예정인 사실을 고려하면 한·미 연합 훈련 비용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군 당국이 조종사와 해군 요원에게 실시간 경험 기회를 제공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군의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훈련 중단으로 경비를 절약하는 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자들은 만약 한·미 훈련 중단이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현재로써는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으나 1년 이상 훈련을 하지 않으면 미군의 준비 태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미국진보센터(CAP)의 로렌스 코브 선임연구원은 “그것은 한 푼 아끼려다 열 냥 잃는 것이며 훈련 중단으로 생각하는 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지난 4월 실시된 한미 독수리(FE) 연습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연습(CPX)인 키리졸브(KR) 연습 등에 미 국방부가 연 2000만달러가량을 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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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경기 연천군 한탄강에서 연합도하훈련에 참가한 주한 미국 육군 2사단 소속 M1A2 전차가 한·미 장병이 가설한 부교를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이클 그린 선임 부소장은 이날 ‘미국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최소한 참모진에 사전 언급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말했고, 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서는 6월에 성탄절 선물을 받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린 부소장은 “중국은 재빠르게 한반도 내 전략적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고, 북한도 그런 공백으로부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