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형사 소송 이념에서 바라본 검경 수사권 의미와 정책 과제’에 따르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조명돼야 할 쟁점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검경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과 수사검사와 공판검사의 구분, 피의자와 피해자 지위가 바로 그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다. 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이 같은 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면 검사가 수사를 한 번 더 하거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심도 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또는 재판 기간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실무상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공소 제기까지만 하고 형사 재판의 공소 유지는 공판검사가 맡고 있다. 이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공판중심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입법조사처는 “검사의 수사 책임과 재판 책임을 연계해 수사검사가 공판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국선 변호를 모든 수사 단계로 확대하고, 범죄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뒤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형사법 관련 6개 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정부 조정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없애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정부 조정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목적은 공소 제기나 유지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기소를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 지휘가 불가피하고 검사가 수사 종결권을 갖는 게 법치 국가 이념에 부합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윤동호 국민대 교수(법학)는 지정 토론에서 “경찰에 재량권을 주는 게 그 조직을 성장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이는 검사의 기소 재량권과 비교해 모순되는 건 아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형관 가천대 교수(경찰안보학)는 “정부 합의안은 적법 절차에 따라 도출되지 않았다”며 “국민들의 의견이 누락됐고 국무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