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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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는 왜 일베가 됐나? "대화 안 통해→미러링 전략 사용"

 


'성체 훼손' 게시물로 논란을 샀던 커뮤니티 '워마드'가 일주일도 안 돼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태아를 훼손했다'는 논란이다. 지난 13일 '낙태 인증'이란 제목으로 태아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올라온 것.

안중근 의사 모독 및 홍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 등 계속해 사회적 논쟁거리를 만드는 워마드를 두고 '여혐 논란에 맞선 남혐이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11일 SBS FM 103.5 MHz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와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김헌식 평론가는 '워마드'가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사회운동이라는 것은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기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소수자일수록 단계별로 주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눈길을 끌 수 있을 만한 수단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그 목소리가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과격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10대, 20대와 같이 가장 헐벗고 취약한 계층에 있는 여성들, 중층적인 차별을 받는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발화의 자리가 열려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보여줬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는 2015년 메갈리아 탄생 후 페미니즘이 '설득의 언어'에서 '미러링의 언어'로 바뀌게 된 계기를 꼽았다.

그는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 언어는 주로 설득의 언어를 사용했었다"면서 "그러나 온라인 공간의 여성혐오에 맞서기 위해 설득의 언어를 사용하면 '선비질을 하고 있다'면서 항상 외면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러링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공간이 여혐을 뿌리뽑게 하기 위해서 온라인 공간이 남초의 공간이 아닌 여성의 공간으로 다시 재접수하기, 탈환하기 위한 것으로. 설득의 언어가 아닌 미러링의 언어라고 하는 가장 과격한 전복과 반격의 언어를 통해서 온라인 공간이 점점 여성들에 의해 재복원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미러링이라고 하는 시위 방법"에 대해 "미러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거울 비추기다. '기존의 남성들이 얼마나 여성들에 대해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들을 했는가' 이런 것을 거꾸로 반사해서 당신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차원에서 원래 이렇게 과격한 행동들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거론했다. "일베가 여성들을 차별하고 인권 침해적인 담론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지난 10년 동안 방치했다. 그 사이에 여성혐오뿐만 아니고 동영상이나 사진, 여러 가지 범죄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 이를 타계하기 위해 미러링 기법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윤김지영 교수는 "일종의 여성으로서의 시민권자로서의 보편적 인권이 안전하게 인정받고 있다는 일상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면 굳이 미러링이라고 하는 과격한 언어만에 의존해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적인 변화, 여성 의제를 얼마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란 문제와 같이 연동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팀 han62@segye.com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