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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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변호사로 복귀

보수성향 ‘시변’ 출신 이사장 내치고 진보코드 ‘민변’ 회원 앉혀 / "공직 경험 소중히 간직하면서 변호사 사명 구현하고자 한다"
박근혜정권 시절 임명됐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해임된 이헌(57·사진)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변호사로 복귀했다. 2016년 5월 취임한 이 전 이사장의 임기는 원래 2019년 5월까지였으나 임기만료가 1년가량 남은 지난 5월 법무부의 전격적인 해임 통보로 그만 물러났다.
◆이헌 前이사장 "사회정의와 기본권 보장 힘쓸 것"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최근 홍익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로 변호사 업무를 재개했다. 그는 지인 등에게 전한 입장문에서 “공직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사회정의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변호사의 사명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경북 김천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실을 지키고 있던 지난 4월30일 법무부로부터 뜻밖의 해임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법무부는 △공단 임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단에 손실을 입히거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그 밖에 임원으로서 적합하지 못한 비행을 한 경우 인사권자가 해임할 수 있다는 법률구조법을 근거로 삼았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월20∼23일 공단을 감사한 뒤 “이 전 이사장의 공단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돼 해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가 독단적으로 기관을 운영하거나 차별적 언사를 남발하고, 공단 내 변호사와 일반 직원들 간 갈등에도 원칙 없는 대응을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이 전 이사장은 강력히 반발했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단 및 법률구조 개혁을 위해 노력한 결과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지난 4월27일에는 이 문제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이 전 이사장은 해임이란 불명예스러운 형식으로 공단을 떠나야 했다.
◆文캠프, 진보 코드, 더민주당원 ‘캠코더 인사’ 판쳐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 약자에게 무료로 법률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집행하는 예산도 무척 많다. 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사권은 법률구조법 제13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지낸 이 전 이사장은 2015년 8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 때문에 정권교체 후 한국·민주노총과 진보성향 인사들은 그를 ‘박근혜의 낙하산’으로 규정해 즉각 퇴진을 촉구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 전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며 이것저것 많은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자기네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공단 이사장직에 앉히려는 의도였음이 드러났다. 후임 이사장에 진보성향 변호사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회원인 조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된 것이다. 민변은 문재인 대통령도 한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대법관 임명이 확실시되는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는 그 회장을 지냈다. 보수 코드 ‘시변’ 출신 이사장을 진보 코드 ‘민변’ 법률가로 대체한 셈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공기관장 인선은 예전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대선 때 문 후보 캠프 출신,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당원을 뜻하는 이른바 ‘캠코더’ 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