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은 75만6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2014년 이후 이어지던 국산차 내수 증가세는 3년 만인 지난해 꺾인 뒤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도 122만2528대로 전년 대비 7.5% 줄어 2009년(93만9726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원화 강세로 국산차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산차 수출량은 2015년 상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상반기 기준으로 4년 연속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수 시장에선 수입차가 야금야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15만143대로 1년 전보다 무려 17.9% 증가했다.
해외시장의 경우 주요 시장인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정체하고 있다. 다른 주요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 저조 현상을 올해 벗어나곤 있지만 그 회복세가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수입 차·부품에 대한 관세 인상 움직임은 한국 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미국은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단일 시장으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84만5319대(33%)에 달했다.
현재 미국 수출가격은 평균 1만4500달러선으로, 25% 관세가 붙을 경우 단가가 평균 3000달러 오를 전망이다. 이는 현지 시장 내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美 재무장관 만난 김동연 부총리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1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김 본부장은 한·미가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했으며, 이미 상호 자동차 관세가 0%라는 점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미 투자 등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 등을 강조했다. 미국 측 인사들은 우리 입장에 대체로 공감했으며 자동차산업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고려하면 232조 조치가 미국 경제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아르헨티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수입자동차 고율 관세 대상에서 한국차를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승환·정지혜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