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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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더위 피해 계곡 찾았다 '날벼락'…맨발로 물에 들어갔다 깨진 술병 조각에~

휴가철 계곡·유원지마다 맥주병·소주병 조각 / 바위이나 돌 틈마다 술병 조각 / 녹색·갈색 탓에 눈에도 잘 띄지도 않아 / 잔 쓰레기가 풀숲이나 나무 밑동에 널브러져 / 취사한 듯 곳곳에는 그을린 석쇠 / 경고 현수막은 무용지물 / 맨발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깨진 소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소주병 녹색인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맨발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군청에서 치우기는 치우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면 한계가 있죠. 어떻게 다 치울 수 있겠어요. 찾는 사람들이 치우고 가야지. 몇몇 사람들은 치우는 시늉만 하고, 안 치우고 그냥 가요.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사람들도 드물어요.”

전국적인 폭염 경보 속에 밤새 대부분 지방에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낮 기온은 대구 38도, 광주 36도, 대전 35도 서울은 34도까지 오르면 불쾌지수까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최고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높은 38도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폭염을 피해 산간 계곡을 찾아서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이 늘고 있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찾은 경기도 가평군 용추계곡은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용추계곡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계곡과 푸른 산, 맑은 물이 흘러 자연 속 휴식처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많은 곳. 깊은 산 속에서 굽이굽이 흘러온 계곡 물 소리만 들어도 도심에서 찌든 피로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이곳은 수심이 꽤 깊어 물장구뿐만 아니라 수영까지 즐길 수 있다. 서울과 1시간 거리에 있어 무더운 여름철만 되면 많은 사람이 찾는 대표적인 명소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용추계곡은 일부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가 곳곳에 쌓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계곡 입구부터 버려진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각종 맥주 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까지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피서객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쓰레기로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 먹다 남은 김치 등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양했다. 바위틈이나 나무 밑동에는 음식물 종이 상자와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버려져 있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피서객들이 술을 마시거나 취사를 한 뒤 치우지 않은 채 그냥 떠나기 때문이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는 벌레까지 들끓어 계곡을 이용하는 피서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계곡 인근 쓰레기 집하장에는 먹다 남은 맥주 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담배꽁초, 각종 술병, 플라스틱 물통, 천막, 나무젓가락 등 다양했다.

계곡을 찾은 한 피서객은 “쉴만하다 싶으면 평상이나 쓰레기가 있고 음식물 악취가 진동한다”며 “매년 찾는 곳이지만, 몇몇 사람들 때문에 욕먹고 있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더 깨끗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공원 내에서 취사, 야영, 낚시는 하지 말아 주세요' 라는 경고 현수막 계곡 입구에 걸려 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공원 내에서 취사, 야영, 낚시는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현수막까지 계곡 입구에 걸려있지만, 피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곳곳에 쓰레기로 넘쳐 났다.

계곡 곳곳에는 쓰레기 투기와 불법 야영을 금지해 달라는 경고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지만 무용지물. 경고문 바로 근처에는 당연한 듯 소주병과 버려진 각종 오물이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계곡 가까이 갈수록 깨진 술병 조각이 눈에 띄었다. 유리 조각이 계곡 물과 함께 햇빛에 반사돼 빛나고 있었다. 깨진 소주병이나 맥주병은 녹색과 갈색인 탓에 나무 밑동이나 물속이나 풀숲에 널브러져 있어도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문제는 깨진 술병 조각이 날카롭다는 것. 맨발로 물놀이를 즐긴 피서객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나무 밑 평지에는 햇빛에 가려 깨진 유리병 조각이 조각난 돌과 구별이 잘되지 않아 실수로 밟을 수도 있다는 것.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깨진 소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소주병 녹색인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맨발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깨진 맥주병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맥주병 조각은 갈색인 탓에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한 피서객은 “깨진 술병 조각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심해서 물놀이를 즐겨야 하지 않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는 자갈과 모래가 많고 수심이 일정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기에 힘을 들 수밖에 없다. 잘 보이지 않은 계곡 바닥은 울퉁불퉁한 돌과 바위가 많아 쉽게 넘어질 수가 있다. 수심이 깊은 계곡에는 어리아이들이 무모하게 물에 뛰어들어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피서객이 버리고 간 맥주캔이 계곡물 속에 버려져 있다.

중부소방서 박성철 소방사는 "휴가철 깨진 유리병 조각, 계곡의 돌멩이 등에 다치는 일이 잦다"며 "흉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에서 씻고 빠른 소독과 거즈를 대고 압박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유리 등, 이물질이 깊숙이 박혔다면, 무리하게 제거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명했다.

계곡 인근 식당, 펜션이 몰린 장소에는 일반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지정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로 넘쳐 났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등이 뒤섞여 버려져 한눈에 봐도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휴가철 단순히 쓰레기가 증가하는 것 이외에 무단투기 또한 증가해 청소, 관리하는 환경미화원들이 폭염 속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인 지난 23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계곡 좌판대 설치금지 및 이용 자제 당부' 바로 앞에는 각종 폐기물과 함께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가평군 한 관계자는 “2~3주간 쓰레기가 많이 늘어 폭염에 환경미화원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추가로 3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서 기존 환경미화원 이외의 6~7명을 추가로 투입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피서객들이 스스로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