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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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를 '동물농장'의 돼지로 묘사한 만평 논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습을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돼지 캐릭터로 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만평 작가가 잡지사에서 해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만평가 아비 카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같은 당 정치인들과 함께 일주일 전 ‘민족국가법’을 통과시킨 뒤 의회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을 만평으로 그렸다. 민족국가법은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의 배타적 민족국가로 선언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아랍계 시민들을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내포해 논란이 된 법안이다.

카츠는 네타냐후 총리와 정치인들을 돼지로 묘사한 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문구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동물농장은 소련의 독재를 풍자한 소설로 동물의 리더인 돼지(나폴레옹)는 인간을 내쫓은 뒤 평등을 약속했지만 이후 권력을 내세워 자신들을 특권을 강화하고, 공포 정치를 자행했다. 이 만평은 2주에 한 번씩 발간되는 예루살렘 포스트에 실렸다.

만평이 발간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카츠를 지지하는 독자와 함께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게 터져나왔다. 유대교에서 돼지는 불순한 동물로 여겨지는 데 이 만평이 반유대주의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예루살렘 포스트는 30여년 동안 함께 한 카츠를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잡지는 성명에서 “카츠는 프리랜서로 우리 논조에 맞춰 일을 했다”면서 “우리는 그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이스라엘의 기자협회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며 해고 조치를 즉각 취소하라고 비판했다. 또 예루살렘 포스트에서 소설을 기고하고 있는 하임 와츠먼은 해고에 항의하는 의미로 페이스북에 ‘사표문’을 올리기도 했다. 와츠먼은 “그의 작업이 일부 독자의 심경을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을 내쫓는 언론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서 “저널리즘은 언제나 일부 독자를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언론 편집자는 직원을 지켜주는 게 당연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현재 카츠를 응원하는 모금액이 6만세켈(1846만여원)에 달할 정도로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가디언, 카츠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