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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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진술 거부… ‘김경수 의혹 수사’ 차질 빚나

조력 받을 변호인 없다며 입 닫아 / 특검, 측근들 불러 개입 여부 추궁 / 확보한 증거 바탕 실체 규명 복안 / 일각 ‘송인배 비서관 소환’ 회의적
댓글 조작사건 핵심 인물인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김경수 경남지사 소환조사를 앞두고 진술을 거부하고 나섰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8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드루킹을 조사하려 했으나 그가 입을 굳게 다물어 결국 2시간 만에 성과 없이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조력을 받을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은 하지 않겠다”고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드루킹 변호를 맡아온 마준(40·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가 지난주 특검팀에 사임 의사를 밝혀 현재 드루킹은 선임된 변호인이 아무도 없다.
‘드루킹’ 김동원씨 등의 댓글 조작사건 수사를 이끄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이 주목하는 건 드루킹이 최근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식저장장치(USB)다. 128GB(기가바이트) 용량의 이 USB에는 드루킹과 김 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안 메신저 ‘시그널’로 나눈 대화 내용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특검팀은 USB 내용은 물론 제출 여부조차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드루킹의 핵심 측근이자 댓글 조작 공범인 필명 ‘둘리’ 우모(32·구속)씨와 ‘트렐로’ 강모(47·〃)씨를 나란히 소환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댓글 조작 과정에 김 지사 등 정치권 인사가 개입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드루킹이 2016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연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느릅나무 출판사 인근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와 유심(USIM)칩 등 다수 증거를 확보한 만큼 드루킹이 입을 다물어도 수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내가 킹크랩 시연회에 갔다는 드루킹 주장은 소설보다 더 황당한 얘기”라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어 특검팀이 방어막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또다른 정치권 인사인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경우 소환조사가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란 시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비서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그를 부속비서관에서 정무비서관으로 되레 영전시켰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