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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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여의도학파] ①홍춘욱 키움증권 이사 "부동산 상승탄력 둔화되지만 꺾이지는 않을 것"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에 여의도학파가 뜨고 있다. 명리학·주역·풍수지리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비과학적 이론 대신 여의도 금융가에서 쓰는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분석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새로운 부동산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여의도학파 대표주자 4인방이 말하는 부동산 이야기를 연재한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는다면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을 빼놓을 수 없다. 본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물론 경제 분석 강연자로, 10권의 책을 낸 저자로, 신문 칼럼니스트에 이르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홍 이사를 지난 23일과 6월26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 걸려오는 강연 섭외나 인터뷰 전화를 물리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전망하는 한국 경제와 부동산의 미래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홍 이사는 “아무리 좋은 부동산도 경제와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잘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 여의도학파가 뜨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부동산 전문가들에 비해 현장탐방은 약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한다는 점 때문이다. 실거래가 통계, 감정원 가격통계, 경매 낙찰률, 주택공급 통계, 멸실 통계 등 다양한 주택관련 데이터와 경제 자료를 분석해 시장이 움직이는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면 1870년대부터 전 세계 14개국의 약 150년치 데이터를 분석해 주택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하고 공급이 회복되는 시기에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목말라 했던 2%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 같다.”

-여의도에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부터 있었는데 최근에야 각광을 받는 이유는.
“부동산 관련 데이터가 많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2006∼2007년이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부동산 관련 여러 통계가 국가통계로 승인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정보를 쥔 사람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깜깜이 시장이었다. 지역의 복덕방이나 미장원의 사장님을 잘 알아야 실력자가 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고, 실거래가 통계가 다 나와 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호가까지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에서 지역별 주택 착공과 멸실, 인구 통계까지 제시한다. 정부가 업다운 계약서를 찾아내기 위해 가격 정보를 공개했고, 주택연금이 도입되면서 주택구입여력지수 통계 등도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 소득, 집값에 관한 상관관계가 많이 풀렸다. 이러한 자료들이 누적되면서 최근 들어 주택관련 지수들이 개발됐다. 집도 주식처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가능해진 것이다.”

-부동산은 경제와 떼어 놓고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최근 경제 시장은 어떤가.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돼 무역량이 늘지 않거나 줄어드는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반도체, 조선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데 모두 경기에 민감하다. 물동량이 줄어들면 조선업에 영향을 미치고, 반도체는 요즘 물건 중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중간재 수출국 입장에서는 교역량이 많아야 좋은데 무역분쟁 이슈가 심화하면 미국이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한다. 그러면 결국 우리도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부동산에도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전망한다는 이야기인가.
“시장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경기가 좋으면 올라가고, 나쁘면 내려간다. 경제가 나쁠 때 얼마나 덜 내려가느냐 하는 문제는 공급에 달려 있다. 앞으로 경기가 중요하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크다.
“경기가 정점이라면 큰 문제가 된다. 곧 불황이 온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큰일인데 지금은 불황의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8년 이후 계속 저성장을 유지해 왔다. 금융시장에서 경제 성장률이 높아야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동산은 위기만 오지 않으면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사용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수준의 급격한 하강이 아니라면 약간의 인플레이션 정도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최저임금 문제가 최근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중요한 이슈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자가소유율이 61.1%라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 상위 계층이 부동산 매매를 주도한다는 의미다. 소득 하위 계층에서는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경향이 크다. 전·월세 시장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근로자의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부분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끝없이 고조되면 부동산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환율이 급등할 때 부동산이 좋았던 적이 잘 없다. 하지만 두 나라가 공멸을 원하지 않는 이상 무역분쟁이 계속 심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외환 시장에 난리가 나고, 미국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계속 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으면 부동산 시장은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할 것이다. 올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곳이 많았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년에 이런 부분들이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경기 남부나 경남 지역 등에는 공급이 많았다. 이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경제 전체 소득이 증가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에 작년처럼 급등은 아니어도 회복세는 나올 수 있다. 최근 급등으로 인해 상승 탄력은 둔화할 전망이지만 추세 자체가 꺾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규제책이 많이 나왔다.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예상해 본다면.
“부동산에 대해서는 계속 네거티브하게 갈 것 같다. 전국 부동산을 잡기는 위험하니 서울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공시가격 반영비율도 매년 올린다고 하니 이 부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보유자들은 매도 압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상승 탄력이 둔화한다고 예상한다. 현재 상황이 소득은 높고, 물가는 낮고, 이자율도 낮아 레버리지 조건도 좋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렇게 눌러도 탄력 둔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른다는 우려가 크다.
“예금 가중평균 대출금리를 보면 2016·2017년 사상 최저치 즉 바닥에서 50bp 정도 올랐다. 사상 최저치에서 이 정도 올랐다고 고금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저금리 상황이 진행 중이다. 1년에 금리를 4번씩 올리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연내 한 번 올리는 수준이다. 대신 장단기 금리 역전은 중요하게 봐야 한다. 정부정책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아지고 공격적 인상이 시작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의 개발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지난해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버슈팅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상황을 보면 재건축을 계속 불허하는 분위기에서 갑자기 허가가 났다. 이를 촉매 삼아 송파 일대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번에는 충분히 심사숙고했을 것이지만 그 타이밍을 보면 지난 6월부터 상승 탄력이 매주 조금씩 살아나는 시점이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주당 0.05%씩 오르는 안정 상태였는데 0.1%씩 올라버리면 1년에 5∼6%가 오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부동산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장에 다른 시그널(신호)을 준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의 발전,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안 할 것처럼 하다가 이렇게 가면 다시 심리를 과열시킨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떤 지점을 잘 살펴봐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경기다. 경기에 대한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고, 그다음으로 살펴볼 대목은 공급이다. 공급은 2가지 방법이 있다.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보면 서울의 집이나 필요한 곳에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방법이 첫 번째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내는 두 번째 방법도 있다. 도로나 철도망을 확충하는 것인데 도로보다는 철도망이 중요하다. 특히 광역 철도망, 급행철도 이런 것들을 확충해야 한다. 교통망 확장은 토지 공급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것은 다른 측면의 새로운 복지정책이다. 출퇴근이 편해지고 빨라지면 조금 멀더라도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일자리와 연결된 광역철도나 급행 철도망 개통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신분당선이나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일자리가 많은 곳과 연결된 철도망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그동안 소외됐던 곳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사진= 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