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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소득재분배 초점…한국당 "중산층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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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내용 살펴보니/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 없이 … 저소득층 소득보전 집중 / 최저임금 후유증에 서민층으로 시선 / 근로·자녀장려금 2019년 4조7000억 투입 / 임대소득 연 2000만원 미등록사업자 / 등록자보다 세금 최대 105만원 더 내야 / 근로장려금 못 받는 노령은퇴자 타격 / 전문가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 의문" / 한국당 " 중산층에 세금폭탄 투하" 비판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이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통한 ‘부자 증세’ 기조였다면 2018년 세제 개편안에는 ‘서민 감세’ 방안이 다수 담겼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축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등의 후유증을 낳게 되자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조세지출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복지정책성 조세지출을 대폭 늘린 탓에 ‘세수 증대’ 세법이 1년 만에 ‘세수 감소’ 세법으로 전환됐다.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업지원 세제안이 전무하다시피 해 이번 개정안으로 소득주도성장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재정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재분배 초점 맞춘 세제개편, 재정에 부담

서민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서민·중산층은 2조8254억원, 중소기업은 3786억원가량의 세부담이 줄어든다. 어느 정도의 소득재분배 대책은 필요하지만 향후 세수 확보 대책을 통해 재정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근로장려금(EITC), 자녀장려금(CTC) 확대로 요약된다. 근로장려금은 지난해 1조2000억원(166만가구) 규모에서 내년부터 3조8000억원(334만가구) 규모로 3배 넘게 확대된다. 자녀장려금도 지난해 106만가구에서 111만가구로 대상이 늘고, 지급액도 56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 추산으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확대로 5년간 전년 대비 기준 2조9648억원, 기준연도 기준 15조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효과를 제외하면 향후 5년간 세수는 전년 대비 기준 4305억원, 기준연도 기준 2조2222억원 각각 증가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장려금 확대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나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 등과 비교해 맞는 방향이지만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장려금 확대 정책이 분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칠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근로장려금 확대로 고용은 늘겠지만 세금을 그만큼 많이 지출하면서 정부 부채가 많아지고 이자율이 올라가고 투자도 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출산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사업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성실사업자에 한해 산후조리원 비용을 2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도 담았다.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종부세, 임대소득 과세…노령 은퇴자 직격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주택 임대소득 과세 등으로 노령 은퇴자들의 부담은 늘게 됐다.

종부세 개편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상하고, 6억원을 초과(1가구 1주택자는 9억원)하는 고가주택에 구간별로 0.1∼0.5%포인트까지 세율을 인상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종부세율을 0.3%포인트 추가 과세키로 하면서 총 34만9000명에게 7422억원을 더 걷는다. 주택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인 미등록 임대사업자는 내년부터 등록사업자보다 최대 105만원의 주택 임대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정부 추산 740억원가량의 세수효과가 기대된다. 월세 수입자와의 과세형평을 위해 내년부터 임대보증금 과세를 하지 않는 소형주택의 규모를 현행 3억원·60㎡ 이하에서 2억원·40㎡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노령 은퇴자들은 근로장려금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피해자로 남게 됐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에 부여하는 세금혜택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내년 말까지 연구개발(R&D) 설비,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등 혁신성장 투자에 대한 가속상각(기준 내용연수의 50% 이내)을 적용한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비용을 20∼40% 세액공제해 주는 대상에 블록체인, 양자 컴퓨팅 기술 등 4차산업혁명 신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아직 무엇을 혁신성장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고용 창출, 소득 증대에 민간 부문이 주도하면서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 규제개혁이 필요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 여건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잘 풀릴까…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중산층 세금폭탄”

자유한국당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중산층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심성 퍼주기만 확대한 근시안적 세법개정안”이라며 “종부세의 경우 정부가 부자증세라는 거짓말로 중산층에 세금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인 한국당 추경호 의원도 “우선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심의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도 올리고 근로장려금도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김라윤·이우중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