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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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여의도학파] ③김효진 SK증권 자산전략팀장 “한국 부동산도 글로벌 경제와 연동, 2∼3년 더 지속은 어려워”

7월 2일 서울 여의도 SK증권 리서치센터 회의실에서 김효진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이 세계 부동산 지표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편집자 주> 부동산 시장에 여의도학파가 뜨고 있다. 명리학·주역·풍수지리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비과학적 이론 대신 여의도 금융가에서 쓰는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분석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새로운 부동산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여의도학파 대표 주자 4인방이 말하는 부동산 이야기를 연재한다.

‘중국 부채: 하이난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뽑은 최고의 보고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중국 기업들이 부채 해결을 위해 자산 매각과 규모의 경제에 주력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약세장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보고서를 쓴 김효진 SK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장은 2015년 당시 무주택자였던 자신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부동산 리포트 4부작으로 부동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세계 부동산 지표를 통해 한국 시장을 분석하는 김 팀장을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SK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부동산도 이제 글로벌 경제와 연동한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앞으로 2∼3년을 더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신흥국 리스크와 함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이 변화된 점을 감안해 1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여의도학파라는 이야기가 왜 나오게 됐을까.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숫자화해서 접근하는 게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은 큰 자산이 들어감에도 그동안 숫자적 접근이 많지 않았다. 주식처럼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외시장이라고 불렀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투자권유보고서를 쓰는 사람인데 금융권 분위기도 기존의 주식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중심에서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 프라이빗뱅킹(PB) 역할로 옮겨왔다.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갖는 게 증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이 됐다. 이러한 것들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원래 부동산이 전문 분야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관련 보고서를 내게 됐나.
“원래 거시경제를 분석,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였고 지금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신도시에 살다 보니 전세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내가 경제를 분석하는 사람인데 너무 무관심했었다. 경제를 분석하듯이 부동산도 분석을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처음 부동산 관련 지표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난 300년간의 경제 사이클을 보면서 항상 이코노미스트들은 남들보다 먼저 그 경제 사이클을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선행·동행·후행 지표를 보는데 부동산은 경제 전반에서 선행한다. 결국 경제를 더 잘 분석하기 위해서도 부동산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부동산 공급은 가격에 선행한다”

―한국의 고령화가 부동산에 영향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 많다.
“한국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접어든 나라들을 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유럽은 고령화 속에서도 부동산이 탄력적으로 올랐다. 인구는 부동산을 보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 요인 하나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부동산 공급이 가격에 선행한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향후에 나타날 가격적인 일을 전망하는데 10년 후, 20년 후 전망은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3∼5년 후 벌어질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는 게 경제 분석의 출발점이다. 부동산은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오늘 당장 땅을 파도 2∼3년은 지나야 시장에 주택으로 공급된다. 여러 지표들을 보다 보니 공급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라는 걸 알게 됐다.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단정하면 안 되지만 단기 사이클은 공급의 추세를 따라가면서 전망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한국 부동산 향후 쉬어가는 타이밍 있을 것”

―주택의 명목가격은 하락하는 일이 드물다고 하는데.
“주식은 변동 폭이 크지만 부동산은 속성 자체가 다르다. 몇억이 오르고 내린다고 하지만 전체로 보면 그렇게 탄력적이지 않다. 명목가격이 반 토막 난 경우는 역사상 일본 정도밖에 없다. 부동산을 너무 쳐다보지 않는 건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2015년에 전망한 부동산 시장과 실제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나.
“당시에는 공급이 늘어나는 2018년과 2019년이 어려울 것 같다고 봤다. 폭락까지는 아니고 상승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 특히 지방은 이미 둔화가 나타나고 서울도 추가 상승 여력은 힘이 없는 모양새다. 전망과 달랐던 부분은 생각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지방은 2014년 하반기부터, 서울은 2015년부터 급하게 상승했는데 경제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이 첫째 이유다. 두번째는 멸실이 본격화되면서 재개발·재건축이 각광받은 게 최근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가격이 쉬어갈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은 부동산보다 소득이 더 빨리 증가하는 나라라는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통계로 나왔기 때문에 신뢰한다. 중진국 함정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소득이 아주 낮은 데서 출발해 1만∼2만 달러에서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못하고 주저앉는다는 것이다. 남미와 동남아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나라다. 한국이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했던 게 긴 시간 통계를 놓고 보면 부동산보다 소득이 더 빨리 늘어나는 것으로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전·월세 시장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월세가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는 거기에 깔려 있는 보증금을 임대인이 다 뱉어내야 없어지는데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리긴 할 것이다. 다만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이 50%까지 빠르게 늘어나는 걸 보면서 그 시간이 단축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고령층은 전세 보증금으로 할 수 있는 투자가 딱히 없고, 젊은층은 목돈을 깔고 있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조이며 강하게 규제했다. 시장에 가격 왜곡은 발생하지 않을까.
“LTV를 고강도로 했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부자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소득이 빨리 오르는 것이 통계오류가 아니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LTV 규제 속에서도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결국 소득과 자산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래 금융규제는 부동산에 좋지 않은 영향 미치는데 그것으로 꼭 부동산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외국인 수요가 중요한 변수 될 것”

―부동산 분석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많이 인용하던데.
“부동산의 큰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야 한다. 한국은 아파트를 지표물로 삼을 수 있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는 각기 특수성이 있다. BIS는 세계 주요국의 이런 특성을 반영한 통일된 지표를 제공한다. BIS가 이런 통계를 내는 것은 은행에 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에서 절대적인 부분이다. 부동산이 투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경제와 금융에서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부동산 미래전망에서 외국인 수요가 중요한 변수라고 했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대만이 한국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정보통신(IT)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비슷하고, 같은 아시아권이다. 인구는 한국의 절반으로 차이가 있지만 고령화는 한국보다 빨랐다. 그런데 대만 IT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밀리면서 경제가 나빠졌다. 부동산도 떨어져야 하는데 2016∼18년 오히려 폭등했다. 최고가 지역은 1∼2년 전 기준으로 3.3㎡당 2억원짜리 아파트가 나왔다. (한국은 평당 7000만원까지 나왔다.) 이유를 살펴보니 중국계 자금 유입이 중요했다. 대만의 경제 기초여건이나 인구, 금리 등 내적 요인만 봤다면 오른다고 예상 못했겠지만 결과는 큰 폭의 상승이 나타났다. 한국은 아직까지 외국인 수요는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애널리스트는 부동산에 대해 이민제도, 자연경관, 가격 메리트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중국인 입장에서 외국의 부동산을 사는 것은 공격적인 투자다. 환리스크, 경제와 제도를 공부해야 한다. 최근 중국인들이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부동산에 많이 투자했다.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다 보니 중국 자산가들은 재산을 해외에도 두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문제를 겪다 보니 자연경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반지의 제왕 이후 중국인들이 많이 샀다. 적극적인 투자이다 보니 가격도 맞아야 한다. 비싸도 추가 상승이 보이면 매수하고 아니라면 가격 메리트가 중요하다.”

“시장 관심 식고, 미분양 늘고, 공급이 풀리면 매수 타이밍”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한국 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많이 어렵게 보고 있다. 놀랍게 성장해 왔지만 한국을 이끌어오던 많은 업종들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통신(IT) 분야를 제외하면 기댈 곳이 없다. 한국은 수출을 주로 하는 나라라 환율이 중요하다. 가격에 상관없이 팔리는 물건은 냉정하게 보면 별로 생산하지 못한다. 한국 제품이 싸져야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데 현재 환율 상황이 좋지 않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한국 부동산에 버블이 얼마나 있는지를 분석해봤는데 아직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기적으로 과열됐을 때 사면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없을 때, 미분양이 다시 쌓이는 시점, 공급이 많이 풀리는 시점에 사는 게 좋다. 이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서상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