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0개국의 412개 지역사회에서 2031∼2080년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그 결과 필리핀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31∼2080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1971∼2020년의 1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실제 사망자 수를 말한다. 호주와 미국은 같은 기간 초과사망자가 각각 5배,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잠재적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미래를 예측한 결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를 공동으로 이끈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의 전문가 안토니오 가스파리니는 현재 세계 몇몇 국가는 지독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아래서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좋은 소식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그 영향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 말쯤에는 중국 화베이(華北) 평원에 건강한 사람도 수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습한 폭염이 반복적으로 덮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이 없을 경우 2070년에서 2100년 사이 화베이 평원의 습구온도(WBT)가 계속해서 치명적인 수준인 섭씨 35도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습구온도는 온도계를 증류수에 적신 상태에서 측정하는 기온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구온도와 다르다. 습구온도 섭씨 35도는 건구온도 섭씨 46도에 습도 50%가 더해진 수준으로, 너무 덥고 습해서 인체가 스스로 땀을 내 열을 식히지 못하게 되며 그늘에 앉은 건강한 사람조차 6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