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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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커밍아웃' 논란으로 본 유명인들 커밍 아웃…성정체성에서 정치성향까지

 

 


'커밍아웃' 용어가 뜻밖의 장소에서 재등장했다.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군기무사령부 관련 문건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을 향해 "성정체성 문제로 군복무도 거부한 사람이 국방개혁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라며 비판을 가했다.

지난달 31일 한국당 김성태(왼쪽) 원내대표가 성정체성 혼란 운운하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극우 커밍아웃이냐"며 받아쳤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그러자 임 소장은 "김 원내대표야말로 보수가 아니라 극우로 가겠다는 커밍아웃하겠다는 것인지"라고 맞받아쳐 커밍아웃 단어가 여러사람들 입에 오르 내렸다.

△ 커밍아웃, 사용범위 점점 넓어져

커밍아웃(coming out)은 '밖으로 나오다(coming out the closet)'라는 말에서 유래된 단어로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일컫는다.

이후 커밍아웃은 남들과 확연히 다른 정치적 지향성, 신념 등을 공개할 때도 사용되는 등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우리나라 커밍아웃 1호는 2000년 9월 홍석천

우리나라 커밍아웃 1호는 홍석천이다. 

2000년 9월17일 일간스포츠에 의해 처음 공개된 홍석천 커밍아웃. 

홍석천은 2000년 8~9월 무렵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그해 8월 방송에서 커밍아웃했으나 편집을 통해 묻혔다. 홍석천은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또 커밍아웃했고 잡지가 나오기 직전인 2000년 9월 17일 일간스포츠가 이를 보도해 큰 이슈가 됐다.

홍석천은 자신을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 말 것을 눈물로 호소했지만 방송에서 퇴출됐다.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몇해가 걸렸고 마음고생도 극심했다.

2001년 12월 하리수가 성전환수술을 받았다고 커밍아웃하는 등 국내서도 커밍아웃 사례가 늘고 있다.

△ 피아노맨의 팝스타 엘튼 존, 1976년 일찌감치 커밍아웃

'피아노맨' '굿바이 옐로브릭로드' 등 숱한 히트곡을 낸 영국의 팝스타 엘튼 존은 1976년 11월 13일 롤링스톤지 통해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공개했다. 


엘튼 존은 1993년부터 연인으로 지내온 데이비드 퍼니시와 영국에서 동성애자 결혼이 합법화된 첫날인 2005년 12월 1일 결혼식(사진)을 올렸다.

△ 허리우드 대표미남 록 허드슨, 에이즈 커밍아웃 1호

록 허드슨(1925년 11월 17일 ~ 1985년 10월 2일)은 195cm의 큰 키와 잘생긴 얼굴로 1950~60년대 허리우드를 대표하던 미남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 반항의 상징 제임스 딘과 함께 찍은 '자이언츠', 제니퍼 존슨과 찍은 '무기여 잘있거라' 등을 통해 여성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록 허드슨(왼쪽)이 배우에서 미국 대통령자리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부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성미의 상징인 록 허드슨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어쩔 수 없이 숨겨오던 중 1984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고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명인의 에이즈 '커밍아웃' 1호로 이후 에이즈와 관련된 커밍아웃이 줄을 이었다.

△ 조디 포스터, 샘 스미스, 장국영, 그리고 반지의 제왕 '간달프'역의 이안 맥컬런 커밍아웃

201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커밍아웃하고 있는 조디 포스터.

예일대를 나온 허리우드 대표적 지성파 배우 조디 포스터는 201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I'm not the only one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영국 가수 샘 스미스는 2014년 방송을 통해 커밍아웃했다. 이듬해 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다.

홍콩 영화 상징적 존재였던 장국영(1956년 9월 12일~2003년 4월 1일)은 명확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말하진 않았지만 2000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양성애적 측면이 있다'고 사실상 커밍아웃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법사 간달프 역을 맡았던 이안 맥컬런(사진)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가 동성애 공론화 저지정책을 펴자 1988년 1월 27일, BBC 라디오를 통해 커밍아웃해 점잖은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그는 동성애자를 위한 자선단체 '스톤월'을 공동 설립하는 등 성소수자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 애플 CEO 팀 쿡 커밍아웃

세계 랭킹1위 애플을 이끌고 있는 짐 쿡은 2014년 10월 커밍아웃했다. 사진=YTN 캡처

세계최고 기업 애플 CEO(최고 경영자) 팀 쿡은 2014년 10월 30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내 성적 성향을 부인한 적은 없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

△ 이찬진, 정의당 가입 공개도 의미있는 정치성향 커밍아웃


1990년대 아래아 한글을 개발해 우리나라 IT 1세대 선두주자로 불렸던 이찬진 전 '한글과 컴퓨터' 대표는 지난달 고(故) 노회찬 의원의 삶에 공감, "태어나서 처음 당비를 낸다"며 정의당 가입과 후원사실을 SNS(사진)을 통해 커밍아웃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인이나 유명인이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음을 공개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런 저런 공격에 맞서야 하고 기업경영에 일정부분 제약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짐작하지만 공개 커밍아웃은 극히 드물다. 진보성향보다는 보수성향을 알리기를 더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 임태훈 소장이 김성태 원내대표를 향해 "극우 커밍아웃인가"라고 응수한 것이다.

최근 이찬진 대표 커밍아웃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정치성향 커밍아웃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