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못해 녹아내릴 듯한 폭염에 가만히 있어도 지쳐간다. 계곡과 바다, 수영장은 물론 집에서는 얼음물 세숫대야까지 동원해 무더위를 이겨내려 갖은 애를 쓴다. 물놀이만이 정답처럼 느껴지는 계절이지만 색다르게 물을 즐기는 법도 있다. 바로 수상레포츠다. 단순히 수영만 즐기는 것보다 다이내믹하다. 스피드를 즐길 수 있고, 물 위를 떠가며 여유를 느낄 수도 있다. 물에 들어가기 꺼려진다면 바닷바람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유람선이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바닷바람은 뭍의 뜨거운 바람과는 다르다. 물을 즐기는 다른 방법을 만나면 무더운 여름도 즐거워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색다르게 즐기며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했다.
호반의 도시 강원 춘천 물레길의 주인공은 이색체험으로 각광받는 우든 카누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패들 젓는 노동까지 더해지지만, 사람들이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의암호 한가운데 무인도로 다가가, 아마존 정글을 탐사하듯 짜릿한 경험이 더위를 삼킨다. 카누 타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10분 남짓한 카누 탑승 교육시간이 얼마나 쉬운지 말해 준다. 앞으로 나가고 싶으면 그립(패들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블레이드를 물속 깊숙이 담근 뒤 앞에서 뒤로 민다. 후진할 때나 물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뒤에서 앞으로 젓는다. 가볍고 탄성이 좋은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호수로 나아가 패들링을 해보면 방향감각이 바로 잡힌다.
연령과 시작 시기에 관계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카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 위에는 정해진 길이 없어 늘 새롭다. 고요한 호수 위 카누에 앉으면 수면과 시야가 수평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뭍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균형을 잃어 호수에 빠져도 괜찮다. 구명조끼에 기대어 유영하면 그만이니까. 체험할 때는 구조대가 항상 대기 중이므로 안전하다.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동안 고풍스러운 정자가 있는 수향원, 우렁차게 쏟아지는 아라폭포, 절벽 위 전망대 아라마루를 차례로 지난다. 이후 수변 공원으로 꾸며진 시천나루에 잠시 쉬었다 아라김포여객터미널로 돌아오는 데 약 1시간30분 걸린다.
아라뱃길로 이어진 아라마리나는 요트 계류 시설과 수상레저체험장을 갖춰 카약과 보트, 수상 자전거 등을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온 가족이 물총보트를 타고 더위 사냥에 나설 수 있다. 김포아라대교 아래로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보트는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카약이나 수상 자전거를 추천한다. 수상 자전거에는 그늘막이 설치되어 한결 시원하다. 요트가 정박한 풍경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안전요원이 상주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만지도와 연대도는 경남 통영의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섬으로 향하는 뱃길은 싱그러운 바다 향을 품고 있다. 통영이 품은 이웃 섬,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며 한 묶음이 됐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 저도 등을 거쳐 연대도와 만지도에 닿는다. 연명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만지도로 바로 연결된다.
섬을 한적하게 즐기려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첫 배를 이용해 볼 일이다. 외지인이 닿기 전, 만지도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첫 손님을 맞는다. 파도소리가 명쾌하게 들리고, 마을 식당에서 커피 한 잔 하는 섬 할머니들의 담소가 담장 안을 채운다.
아담한 마을은 포구를 바라보고, 마을 뒤편으로 올라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와 연화도, 욕지도 등 통영의 섬들이 보이는 전망대와 견우길이 이어진다. 마을 뒷산을 따라 오르는 길 끝자락은 섬에서 가장 높은 만지봉이다. 만지봉 오르는 길은 만지도와 연대도의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이다.
연대도는 수군통제영 시절,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려 연대도라 불렸다. 인근에 해산물이 지천이라 ‘돈섬’으로 알려졌고, 섬 안에 양조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걷기 여행자에게는 연대도의 동쪽 숲을 연결하는 지겟길이 걸을 만하다.
유람선은 내부 선실과 야외 갑판으로 구성되는데, 아무래도 갑판 쪽이 인기다. 갈매기랑 눈을 마주치기도, 평상에 앉아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도 갑판이 좋다. 한두 시간 짧은 바다 여행이 끝나고 항구로 돌아가는 길,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가 유람선을 맞아준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