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라면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 외에 더위를 피할 곳이 떠오르질 않는다. 나가면 한증막이 따로 없다. 하필 더운 때가 한창 휴가 피크철이다. 집 밖은 위험하다지만, 그래도 떠나야하는 휴가다.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다지만 더위를 피하는 데 있어선 바다보다는 계곡이 더 낫다. 깊은 산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만들어 낸 계곡은 아무리 덥더라도 시원함을 유지한다. 오히려 너무 차가워 오래 몸을 담글 수 없을 정도다. 계곡을 덮고 있는 숲은 열기마저 숨죽이게 한다. 계곡의 매력이 발할 때가 바로 이런 날씨다. 태양과 가까운 고지대의 기온이 의외로 낮다. 높은 산에 올라 맞는 바람은 아래서 맞는 바람과 달리 한여름에도 선선함을 품고 있다.
치악산은 강원 원주와 횡성에 걸쳐 있다. ‘치가 떨리고 악에 받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한 산이지만, 그건 외치악인 원주쪽 얘기다. 내치악인 횡성에서 산을 오르면 한결 편하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지막지한 더위에 치악산을 굳이 정상까지 오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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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횡성 병지방 계곡은 바닥에 있는 조약돌이 비칠 정도로 물이 맑고 차다. |
숲길은 아이들과 함께 와도 될 정도로 힘들거나 위험한 구간이 없다. 10여분 걸으면 부곡폭포를 만난다. 수직낙하하며 우렁찬 소리를 내는 폭포는 아니다. 비스듬히 바위를 타고 내리는 폭포다. 장마가 끝나 비가 없는 한여름에도 수량이 넉넉해 시원한 맛이 제법이다. 이곳에서도 30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나무다리를 만난다. 나무다리를 만날 때까진 계곡이 옆에 흐르고 있지만, 들어가선 안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열목어의 서식지여서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계곡물에 다리를 담그는 것은 첫 번째 나무다리를 지나서부터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더 오르면 두 번째 나무다리를 만나고 거기서 곧은재로 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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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에게 거짓말을 한 뒤 죄책감에 물에 빠져 죽은 노인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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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선 인공림과 천연림이 잘 조화된 울창한 산림을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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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지방 계곡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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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태기산에선 바람이 더위를 날려보낸다. |
횡성=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