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일 내놓은 KDI포커스 91호에 실린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KDI 겸임연구위원의 ‘저신뢰 각자도생 사회의 치유를 위한 교육의 방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대학생 각 1000명씩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대학생의 81%는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 즉 좋은 대학을 목표로 높은 등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함께하는 광장’(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상호 이해와 조화 및 협동심을 체득하는 곳)이라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거래하는 시장’(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지식과 돈의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답변은 6.4%였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생들은) 우리나라 교육경쟁에 대해서는 가정 배경 등의 영향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고, 경쟁이 이타적 협력을 저해한다고 인식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명문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주며, 명문대학을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 대해 1981∼84년에는 한국인 응답자의 38가 동의했는데 2010∼2014년에는 그 비율이 27로 1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신뢰도가 상승했고 일부 낮아진 국가도 한국처럼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다양한 문항들로 측정한 한국 대학생들의 사회적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고, 일반 국민이나 공직자가 사회적 규범을 준수할 것으로 믿는 비율도 한국 대학생이 가장 낮았다”며 “공교육의 변화, 특히 일방향의 주입식 수업을 수평적·참여적 수업으로 바꾸는 것이 교우관계 개선과 함께 신뢰와 협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