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부터 석 달간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에 착수했지만 결과는 공론화 전이나 후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공이 별다른 성과를 못 낸 채 되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과 기름 같은 상반된 대입 개편 의제(시나리오)가 나란히 다수안으로 뽑혀 셈법만 복잡해졌다.
“수능·내신 절대평가로 가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가운데)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및 내신의 절대평가로 가야 작동이 가능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사실상 기능을 멈췄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
3일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가 다수안으로 발표한 시나리오는 1안과 2안이다. 1안은 상대평가 위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정시)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반면 2안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수능을 강화하는 정시 비중을 확대하라면서 수능의 변별력을 떨어뜨리라는 모순된 요구가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이번 공론화를 통해 대입제도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봉합한 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할 공산이 커졌다. 시민참여단이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응답한 설문 결과만 봐도 이번 공론화 과정은 합의를 이루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가 거듭될수록 일관된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기보다는 매번 다른 패턴을 보인 것이다. 만일 설문조사가 4차까지 진행됐다면 결과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정시 확대·수능 상대평가를” 학부모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입시 정시 45%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대입개편안은 처음부터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가 비전문가들의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상당했다. 대입제도의 내용 자체와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인 데다 원전 공론화 때보다도 짧은 기간 동안 일반 시민을 학습시키고 의견을 묻는 방식으론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드러난 들쑥날쑥한 결과도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1안 중심으로 가닥 잡고 장기적으로 2안 모색할 듯
앞으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별위원회가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일 대입개편 권고안을 보내주면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 일단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하는 1안으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고 본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정시 비율은 현재보다 다소 확대될 가능성 높고, 전 과목 절대평가는 중장기적으로 유예될 것 같다”며 “그러면 학생들 입장에서 현재보다 학교 내신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고, 수능을 준비하는 비중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안 중심으로 대입 개편이 짜이면 학교 내신이 불리한 학생은 수능으로 역전의 기회를 얻을 여지가 커질 전망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선호도 역시 올라갈 수 있다. 이들 학교는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능 준비가 유리하고 다양한 교내 활동에 충실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수능 준비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일반고 선호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23학년도 대입부터 또다시 흔들릴 공산이 크다. 2안 즉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요구도 어떤 식으로든 향후 대입에 반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