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개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규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역대 최대 인원인 7만여명이 모였다. 여성을 의제로 여성만이 참가한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집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도 혜화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했지만,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
주최 측도 혐오 발언과 관련한 여론을 의식하고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4차 시위를 앞두고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에는 “원색적인 조롱, 인격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어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조롱은 삼가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위의 기본 취지와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적개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서도 ‘몰카 안 보면 죽는 한국산 남자’, ‘문재인은 한국 남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딸감’ 등 남성을 향한 자극적인 피켓 등이 등장했다. 또 △경찰대 신입생 및 경찰 채용 여남 비율 9:1 보장 △문재인 대통령의 ‘편파시위 부정’ 발언 사과 △기획재정부의 여성가족부 예산 증액 편성 등의 무리한 주장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날 광화문광장 북단은 시위가 열린 3시간여 동안 ‘남성’의 통행이 제한됐다. 주최 측이 참가 가능한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대 남성의 통행이나 시위 등을 제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예고 없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민 청장은 시위 현장과 떨어진 장소에서 시위대의 발언을 들었다. 또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1∼4차 여성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각 1만2000명(5월19일), 4만5000명(6월9일), 6만명(7월7일), 7만명(8월4일)이 참여해 현재까지 1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경찰은 집회에 대한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