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는 우선 이란산 원유 비중을 감축하는 등 원유 수급에 대비하고 있지만, 값싸고 질 좋은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이 완전히 막힐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한국은 제재 예외국가로 인정받길 기대했는데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국가가 미국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상황이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동참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 부활을 예고한 이후 우리 정부는 예외국가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7원 오른 1614원으로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10주 연속 1600원대의 가격도 지속되고 있다. |
게다가 중국 등 경쟁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고 우리나라는 제재에 동참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이란산 원유 제재 시 감산 효과를 내 유가가 올라 국내 정유업체가 일부 이익을 보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싸게 사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마진 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단기적인 관점”이라며 “올라간 유가가 나중에 내려가면 또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긍정 요인이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락에 따라 정유사들이 울고 웃고 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유가는 안정된 속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