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김치사랑 스페인은 하몽사랑
돼지 뒷다리 소금에 숙성시킨 생햄
도토리 먹고 자란 흑돼지 이베리코
백돼지 세라노 발톱 색깔 보고 구분
마드리드 북서부 사라고사 하몽 공장
청결기본-자동화 시스템에 ‘엄지 척’
스페인 친구에게 물었다. “스페인 사람에게 하몽은 어떤 존재야?”. “한국 사람으로 치면 김치 같은 존재? 우린 하몽없이 살수없어”. 그렇다. 하몽은 그들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자 스페인 사람의 역사와 함께한 식문화다. 김치가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키는 것처럼 하몽도 돼지고기를 소금에 숙성해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와 숙성방식의 차이에 따라 김치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하몽도 어떤 돼지고기를 써서 만드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하몽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 안젤라가 찾은 여섯번째 푸드트립 목적지는 스페인 사라고사(Zaragoza)다.
돼지 뒷다리 소금에 숙성시킨 생햄
도토리 먹고 자란 흑돼지 이베리코
백돼지 세라노 발톱 색깔 보고 구분
마드리드 북서부 사라고사 하몽 공장
청결기본-자동화 시스템에 ‘엄지 척’
하몽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먼저 스페인의 돼지 종류부터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스페인 돼지고기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이베리코가 알려지면서 부터다. 스페인의 고품질 돼지고기 이베리코 를 트렌디한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베리코가 도토리를 먹고 자란 스페인 흑돼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많지 않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돈육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고, 스페인산 돼지고기 품종 중 하나다. 흑돼지 이베리코는 스페인 남서쪽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이베리코 사료인 도토리가 이곳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다.
안젤라가 찾은 곳은 마드리드의 북서부에 위치한 사라고사(Zaragoza) 하몽 공장이다. 사라고사역에 내리자마자 느낀 것은 마드리드보다 날씨가 훨씬 시원하고 쾌적했다는 점이다. 북쪽으로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습도가 낮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기분이 금세 좋아진다. 공장 책임자의 말에 따르면 돼지들이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후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북서부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물론 언젠간 도축이 되겠지만 도축이 되기 직전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돼지고기의 맛도 좋다고 한다.
다리는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일련번호가 적힌 발찌를 찬다. 그 순간부터 해당 다리의 도축일자, 색깔, 탄력정도, 몇번 창고에서 몇일간 숙성되고 있는지 등 모든 내용들이 자동화 시스템에 반영된다. 번호가 한번 부여되면 14개월의 염장 후 하몽 포장지에 들어갈때까지 모든 과정이 입력된다. 아주 오래전에는 주방에서 소금을 바르고 숙성을 시켰지만 생산량과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스페인 하몽 공장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스페인 백색돼지협회(Interporc)는 스페인의 전략적인 돼지고기 수출 대상국으로 바로 한국을 집었다. 기본적인 돼지고기 소비량도 높지만, 삼겹살, 항정살, 목살 등 스페인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부위를 한국에서 소비하니 스페인 입장에선 오히려 고마운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더 다양하고 저렴한 하몽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 나온 하몽은 스페인에서 직접 가지고 온 세라노 하몽으로 포장을 뜯으면 미끈하고 얇게 슬라이스 된 하몽이 담겨있다. 하몽만 먹으면 다소 짜기 때문에 너무 딱딱하지 않은 무염빵에 하몽을 올리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리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약간의 단맛이 있는 맥주나 와인과 함께 하면 ‘단짠단짠’의 중독에 푹 빠지게 된다.
글·사진 푸드디렉터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안젤라(본명 김유경)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1인 미디어 푸드채널 테이스티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가 하면 해외의 맛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는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