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 쉽게 지치는 시기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도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천연 피로 회복제가 주변에 있다. 제철 복숭아다. 복숭아가 품고 있는 ‘아스파르트산’은 만성피로증후군 개선, 간 해독과 항체 생성 촉진 등에 도움을 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복숭아 100g당 아스파르트산이 284~365mg 함유되어 있다. 이는 사과나 오렌지, 포도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다. 무기 영양소가 풍부하고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과 폴리페놀의 함량도 높아 무더위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효과도 크다. 땀을 흘릴 때 빠져 나가는 칼륨 또한 풍부해 이를 쉽게 보충할 수도 있다. 수분, 당분, 유기산도 많다. 예로부터 온가족이 둘러앉아 복숭아를 먹으며 삼복더위를 난 것도 이러한 효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복날 고기만 고집하지 말고 복숭아로 활력을 충전해보면 어떨까.
‘폭염을 이기는 여름 보약’ 복숭아가 지닌 아스파르트산은 만성피로증후군을 개선하고, 간 해독과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효능이 탁월하다. |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무르익은 복숭아는 과즙이 풍부하고 달다. 한여름 밤 향기 진한 복숭아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으로 퍼지는 천국의 맛! 간혹 성미 급한 애벌레가 먼저 시식한 흔적이 보여도 어른들은 ‘잘 익고 실한 복숭아라 그렇다, 괜찮다’ 했다. 그래서 ‘복숭아는 밤에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추억을 품은 소울 푸르트, 복숭아가 제철을 맞았다.
복숭아는 원산지인 중국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지며 3000년 전부터 재배되어 왔다. 장마가 끝나고 태양이 가장 뜨거운 7월 중순부터 8월 한 달이 가장 맛있는 때다. 다양한 색과 크기로 전 세계에서 2000종이 재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얀 속살의 백도, 속이 노란 황도, 그리고 털이 없이 매끈한 청도가 주류를 이루는데, 최근에는 청도의 매끈한 외모와 백도의 하얀 속살을 가진 ‘신비 복숭아’의 인기가 높다.
생사고락의 고통 없이 천년만년을 살 수 있다는 낙원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맛보는 신의 과일이 바로 복숭아다. 동박삭이 서왕모(西王母·도교에서 신선들을 지배하는 최고의 여신)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고대 중국 설화에서도 나오듯, 복숭아는 젊음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명약이자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깊고 진한 맛과 향으로 신의 과일이라 칭송받으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복숭아는 갖가지 효능 또한 빼어나다.
복숭아는 소화력을 향상시키고 발병의 원인을 줄인다. 비타민이 풍부한 데다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미용 효과도 탁월하다. 엽산, 엽록소 등 복숭아의 항산화 성분들이 조로증과 알츠하이머 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없앤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유럽에서는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나 임산부에게 엽산을 늘리고 태아의 신체 형성을 돕기 위해 하루 한 개 복숭아 섭취를 권장하기도 한다. 복숭아의 풍부한 비타민은 시력 저하를 완화하고 야맹증도 개선한다.
한방에서는 “어혈을 몰아내고 피를 잘 돌게 해 간을 편하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종기를 제거하는 효능도 있다.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건강과 장수의 과일”이라고 소개한다.
비키니의 계절, 복숭아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복숭아는 100g당 34kcal의 저칼로리 과일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면서 지방은 적어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다. 높은 함량의 팩틴과 폴리페놀은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만성대장증후군에도 효과적이다. 팩틴의 알칼리 성분은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들의 체질에 단기적인 다이어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한 몸을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복숭아는 탐스러운 모양을 지녔다. 그래서 예로부터 미인을 복숭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복숭아는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동의보감’에는 ‘복숭아를 먹으면 피부에 윤이 흐르고 안색이 좋아져 미인이 된다’라고 적혀 있다. 복숭아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A와 비타민C는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 혈색을 맑게 해준다.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몸속 활성산소를 억제해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탄력을 유지한다. 피부 미백 효과도 뛰어나 잡티를 예방하고 칙칙한 피부를 환하게 만든다. 피부 속 타이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멜라닌 색소를 활성화시켜 기미나 주근깨가 생기는데, 복숭아에는 이 타이로시나아제의 생성을 억제해주는 물질이 있다. 다량의 폴리페놀은 염증 완화에도 효과적이어서 피부 트러블을 예방하고 깨끗한 상태의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