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아무런 노후대책 없이 살다가 늙고 병들어 자식에게 집착하고 의지하니 학대 당하는 것 같다"며 "요즘 자식들도 먹기 살기 힘들다. 이제 부모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C씨는 "노인학대 가해자 중 아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아들이 부모를 더 많이 부양하기 때문"이라며 "어쩌다 한번씩 집에 와서 말동무해주고 가는 딸과 매일 같이 수발드는 아들, 며느리의 스트레스를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D씨는 "늙는 것도 서러운데 자식들에게까지 학대받는다니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어렸을 때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이 커서 부모 나몰라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씨는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 사랑하고 잘해줄 것 같지만, 현실은 가족드라마처럼 그리 아름답지 않다"며 "허구한날 자식복 타령하면서 본인들은 사실상 아동학대범인데 밖에 나가선 자애로운 척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F씨는 "만약 부모가 자식을 향해 신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 무관심 등을 일삼으면 훗날 자식도 부모에게 똑같이 되갚는다"며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다. 노인학대를 자식의 부모를 향한 폭력 등 단편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G씨는 "일반화일 순 있겠지만 학대 당하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젊었을 때부터 자식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복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랐는데 노모를 학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H씨는 "사랑받고 자란 아들이 부모를 학대하진 않는다. 가난을 물려줘서 그런 것 같다"며 "부유층에서 노인학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난하면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는 게 자녀를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가정에서 발생한 노인학대가 지난해 처음 4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가해자 10명 중 8명은 가족과 친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 1만3309건 가운데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 판정한 사례는 4622건이었다.
2016년 대비 신고는 10.8%, 학대 판정은 8.0% 각각 증가했다.
한 차례 종결됐던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해 신고된 재학대 사례는 지난해 359건으로, 전년(249건)보다 44.2%(110건) 늘었다.
2013년 212건에서 2014년 208건으로 조금 줄었던 재학대 사례는 2015년 229건으로 다시 늘었다.
학대는 전체의 89.3%인 4129건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전년(3799건)보다 8.7% 증가하면서 현황조사 이후 처음으로 가정내 학대 건수가 4000건을 넘어섰다.
2013년 83.1%였던 전체 학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만에 90%에 육박했다.
가해자 5101명 중에는 아들이 37.5%인 191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배우자 1263명(24.8%), 의료인노인복지시설종사자 704명(13.8%), 딸 424명(8.3%), 본인 290명(5.7%) 순이었다.
가구 형태로 보면 1536건(33.2%)이 자녀동거 가구에서 노인학대 피해가 가장 컸고, 노인부부 1216건(26.3%), 노인단독 1007건(21.8%) 등 순이었다.
같은 노인학대라도 발생 장소에 따라 유형이 달랐다.
전체 학대유형은 △비난·모욕·위협 등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로 노인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정서적 학대 42.0%(3064건) △신체적 학대 36.4%(2651건) △방임 8.9%(649건) △경제적 학대 5.6%(411건) △자기방임 4.0%(291건) △성적 학대 2.1%(150건) △유기 1.0%(71건) 순이었다.
가정 내 학대는 발생 유형이 전체와 비슷하게 정서, 신체, 방임 순이었으나 시설에선 신체, 방임, 성 학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노인학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인이나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등 신고의무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건수는 2013년 645건에서 지난해 635건으로 13.7% 되레 줄었다.
학대 피해자 본인이 신고한 건수도 같은 기간 842건에서 431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학대 신고의 51.7%인 2388건은 경찰관 등 관련 기관에서 이뤄졌다.
◆노인학대 늘고 있지만 신고건수 되레 감소
노인학대가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노인뿐 아니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들도 입소자들로부터 폭행이나 부적절한 언행 등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16년 노인인권실태조사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100명 중 37명이 무시하는 발언을, 33명은 폭행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2016년 6월 전국 노인의료복지시설 및 주거복지시설 4915곳 종사자 1만2726명을 대상으로 5가지 인권침해 경험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답변하는 4점 척도로 실시됐다.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상황은 입소자의 부적절한 언행 또는 잘못된 호칭 사용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끼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다. 36.9%가 '매우 그렇다(6.5%)'거나 '그렇다(30.4%)'고 답했다. 종사자 32.9%가 입소자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매우 그렇다 5.8%, 그렇다 27.1%)이 있다고 해 뒤를 이었다.
17.1%(매우 그렇다 3.7%, 그렇다 13.4%)는 입소자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말을 들었으며, 11.9%(매우 그렇다 2.4%, 그렇다 9.5%)는 시설에서 일하는 동안 입소자로부터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입소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경우도 전체 종사자의 25.3%(매우 그렇다 3.9%, 그렇다 21.4%)에 달했다.
복지부로부터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한 서울사이버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입소자 간 갈등이나 폭언, 폭력문제, 종사자 무시·몰이해·폭언과 폭력 등 종사자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견됐다"며 "질적 조사 결과에서도 반말, 막말, 폭언, 무시, 무리한 요구, 규정에 맞지 않는 요구, 비협조적인 태도 등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자녀 성장과정, 부모 양육태도 등도 살펴야"
종사자 89.9%(1만1442명)인 여성 종사자가 남성(10.0%, 1268명)보다 상대적으로 자주 노출됐다. '전혀 그렇지 않다'를 1점, '매우 그렇다'를 4점으로 점수화했을 때 여성의 평균 점수가 5가지 인권침해 상황 모두 남성보다 높았다.
입소자 언행이나 잘못된 호칭 사용으로 모욕감을 느끼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경험에 대해 여성은 평균 2.16점으로 남성(1.95점)보다 0.21점 많았다. 입소자로부터 폭행당한 경험(여성 2.02>남성 1.83), 입소자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경우(여성 1.94>남성 1.82), 성적 수치심 발언(여성 1.75>남성 1.51), 성추행(여성 1.60>남성 1.39) 등으로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왔다.
산학협력단은 남성 종사자 양성을 통한 '동성케어' 돌봄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 등 다른 직종보다 인권침해 경험이 많고 전체 종사자의 절반에 가까운(49.7%) 요양보호사는 여성 비율이 94.7%로 대부분이지만, 남성 입소 노인 비율은 19.8%여서 이성케어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연령별로는 50대, 60대, 40대 순으로 인권을 많이 침해됐으며 20대와 70대는 비교적 덜했다. 요양시설에서 인권침해 경험 정도가 요양공동생활가정, 양로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다른 시설보다 높았으며 시설규모가 클수록, 정규직보다 계약직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인권침해를 더 당했다.
◆학대 피해아동, 훗날 자식 학대하는 부모될 위험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학대 당한 피해아동이 자라 가해자가 될 위험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기에 학대·폭력 등 부정적 경험을 한 아동이 성인이 돼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는 41.6%였다. 배우자를 폭행 및 학대하는 경우는 21.8%, 친부모를 학대하는 것은 11.6%에 달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아동학대 예방을 제대로 하려면) 신고된 사건 중심으로 아동학대 책임소재를 가리고 아동의 안전에 중심을 두는 조사 중심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아동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을 해소하고 가족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가족 사정 중심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곤취약가정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은 학대의 중복적 발생을 예방하고, 학대 대물림의 고리를 끊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