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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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54.8%, 2분기 실적 기대치 밑돌아

영업이익 공시 분석해보니/원자재 수출업체 부진 두드러져/美·中 무역전쟁·원유값 상승 등/3분기 수출 경기도 악재 수두룩
올해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상장사의 절반 이상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들 중 지난 9일까지 연결기준 실적(잠정치)을 발표한 기업(155곳)의 54.84%(85개 업체)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적었다. 한국카본(-72.5%)과 현대일렉트릭(-53.0%), 이녹스첨단소재(-50.2%) 등 58개사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원자재 값이 하락해 원자재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주들의 실적 역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당초 증권가의 기대치가 15조2953억원이었으나 실제 영업이익은 14조8690억원에 그쳤다. 셀트리온(-28.0%), LG전자(-8.3%), NAVER(-6.2%), POSCO(-6.1%) 같은 대형주의 2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3분기 수출 경기는 더욱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도, 러시아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미국발 무역분쟁이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여파로 한국의 수출지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국의 무역 경쟁력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전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든, 무역전쟁은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 수출 경기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국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전자, 첨단산업 부문 수요 감소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 이란, 터키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제재를 가속화하는 국면에서 자칫 세계적인 시장 심리가 냉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수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자간 협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공공외교를 비롯한 외교 측면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기술력 향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술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