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서울 신림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6·여)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시장거리 한쪽에 매장을 열 때만 해도 인근 200m에 치킨집은 이씨 가게뿐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다섯 군데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각종 할인 이벤트에 홍보 전단까지 돌리고 있지만,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임대료에 배달 아르바이트생 월급, 재료값까지 매출만 빼고 오르지 않는 게 없다. 1년 새 매출이 20% 이상 떨어지면서 순이익이 월 300만원 수준이다. 남편과 함께 꼬박 일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월급 150만원을 받는 셈이다. 이씨는 “남편 퇴직금으로 매장을 열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요즘같이 힘든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푸념했다.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내수 부진, 치솟는 임대료까지 더해지면서 문 닫는 매장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90%에 육박한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 가까이는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폐업률이 치솟는 것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월평균 3846만원에 비해 12.3%나 떨어졌다.
직원 수 10명 미만의 제조업이 포함된 조사여서 매출 규모는 컸지만, 추세적으로 심각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음식료품, 가방·신발, 액세서리 등이 포함된 소매업 매출은 같은 기간 41.4%나 급락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영업이 무너지는 상황인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폐업 이후에 일할 곳이 없다는 데 있다”며 “내수 촉진 등 지원을 통해 급격한 퇴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박영준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