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70년 우표 시안. 프리덤칼리지 |
14일 우본은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프리덤칼리지’가 의뢰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우표의 제작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프리덤칼리지는 우본의 우표제작 중 하나인 ‘나만의 우표’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 70년’, ‘백성을 국민되게 한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문구를 우표에 넣어 우본에 제작을 요청했다. 특히 도안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과 함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행사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조인식 사진이 들어가있다.
우본은 건국 70년과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우표의 문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즉 건국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수립 70년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으로 바꿔야된다는 것이다.
우본의 약관에 따르면 공공질서를 해치는 내용과 국가정책을 비방 또는 우정 사업을 방해하는 내용, 과장과 거짓이 명백한 내용과 기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간 우표 도안에 대해서 우본은 우표의 발행을 거부할 수 있다.
2008년 제작된 건국 60주년 기념우표. 우정사업본부 |
우본의 관계자는 “건국이념에 대해 정치적이나 종교적으로 논쟁이 있고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나만의 우표’ 취지가 개인 소장이나 기업들의 로고나 광고 등을 위해 제작하는 서비스라 논쟁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국 60주년 기념우표는 우본이 발행한 기념우표였고 이번에 논란이 된 우표는 ‘나만의 우표’라는 개별적인 우표발행 서비스 상품이라 논란이 되는 문구에 대해 수정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우정사업본부 |
우본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우표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자 마자 정치권에서는 건국절 논쟁에 대해 불이 붙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과 건국 70주년 행사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본을 ‘해바라기 본부’라며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가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우표’제작을 거부했다”며 “시민단체가 발행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는데도 ‘건국 70주년’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문구에서 ‘건국’을 빼지 않으면 자비 부담 건국 기념 우표 발행을 못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작년에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을 확정 통보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재심의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 우표는 발행 취소하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이쯤 되면 우정사업본부가 아니라 ‘해바라기 본부’라고 해야할 것”이라며 “박정희 우표도 취소하고, 건국 70주년 우표도 거부하는 우정본부는 대한민국을 떠나야 하지 않나”고 했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도 발행에 대해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발행 취소 결정을 내려 법원에서 각하 판결을 받는 등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기념우표 발행 중단에 항의해 시위를 벌인 남유진 전 구미시장. |
당시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우표 발행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우익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에서 박정희 우표의 자비 부담 발행을 결정, 2017년 10월 3만부를 발행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