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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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기수 아흐마디, 편견을 뚫어라

亞게임서 메달 4개 딴 사격 간판 / 태권도 알리자데 부상으로 변경
단정한 흰색 히잡에 수줍음이 묻어나는 귀여운 외모. 그러나 태권도복을 입으면 “얍!”하는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태권도 57㎏급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란의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한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20) 얘기다.
키미아 알리자데
엘라헤 아흐마디
알리자데는 68년 만에 이란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점을 인정받아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란대표팀의 기수로 당당히 선정됐다. 그는 이번 대회 같은 체급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알리자데가 훈련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것. 알리자데는 아시안게임 불참은 물론 향후 선수생활까지 장담할 수 없어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최근 알리자데의 눈물을 뒤로하고 기수로 나선 선수가 사격 대표인 엘라헤 아흐마디(36)다. 지난 2차례 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메달(은3·동1)을 수집한 아흐마디는 이란 사격의 간판이다. 역시 사격 선수였던 아버지 무스타파 아마디의 영향을 받아 사격에 입문한 아흐마디는 소총에서 다관왕을 노린다. 그는 이란 현지 인터뷰에서 “기수를 맡게 된 건 매우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끔찍한 일을 당한 알리자데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책임감이 더 커진 만큼 최선을 다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이란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개막식에서 사격 대표 리다 페리먼을 첫 여성 기수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조정 대표 호마 호세이니와 2016 리우올림픽 양궁대표 자흐라 네마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안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