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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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밤마다 시험까지 봤어요"…소통 길 열리니 '호흡 척척'

여자농구 단일팀 박혜진 "'스크린' 어려워하던 북측 선수들, 이젠 나아져"
"코치 선생님이 밤마다 시험 봐가며 용어 익히도록 했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압승으로 기분 좋게 시작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이 '소통의 힘'으로 금빛 꿈을 키워가고 있다.

북측 선수들과 15일 인도네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108-40의 대승을 합작한 단일팀의 가드 박혜진(우리은행)은 "북측 선수들이 잘 달린다. 볼을 잡았을 때 제가 빨리 뛰라고 하면 잘 들어준다"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뛰니 어려움이 없다"고 귀띔했다.

사실 처음 단일팀이 결정되고 선수들이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 중 하나가 '말'이었다.

몸으로 호흡을 맞추는 거지만, 빠르게 소통하고 판단해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 농구 경기에서는 언어에 의한 소통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흔히 쓰는 말 자체가 영어인 종목 특성상 남북 선수들에겐 작지 않은 걸림돌이었다.

북측 선수들이 입에 밴 말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아 '시험'까지 동원했다는 게 박혜진의 전언이다.

그는 "아무래도 영어 용어를 어려워하는데, '스크린' 같은 말로 밤마다 코치 선생님이 시험을 봤다. 그 덕에 선수들이 좀 적응한 것 같다"면서 "경기 중 흥분해서 못 알아들으면 저희도 이제 그쪽 용어를 좀 아니 같이 얘기한다"며 웃었다.
대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한 듯 보이지만, 안에선 '아직'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박혜진은 "인도네시아전에서 수비 경로라거나 로테이션에서 다소 문제가 보였다. 공격도 잘될 땐 한없이 잘되지만, 안되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의 문제가 드러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실전 대회를 치르러 왔으니 호흡이 안 맞는다는 건 핑계다. 한마음으로 더 집중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문규 단일팀 감독은 앞으로 이어질 강팀과의 대결에 대비해 북측 장미경과 박혜진을 함께 내세워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박혜진은 "장미경은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 일본 같은 팀을 만나면 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제가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