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향해 조롱 섞인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선동열 감독이 6월11일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부터 지난 13일 부상선수 등을 고려한 최종 엔트리 교체 명단 발표 후에도 엔트리 논란이 이어지면서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수들과 이들을 선발한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결과로 말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왼쪽부터) LG 트윈스 오지환·삼성 라이온즈 박해민 |
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금메달 획득 시 따라오는 병역 특례 혜택 때문이다. 일부 병역 미필자들의 대표팀 선발을 두고, 야구팬들은 프로야구 선수의 합법적인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아시안게임 우승에 더 이상 응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팬들의 분노는 내야수 오지환(LG)과 외야수 박해민(삼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 연말 국군체육부대 또는 경찰청 야구단 입대 연령에 다다른 두 선수가 대체 복무 마지막 지원 기회를 포기하고 소속팀에 남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1990년생으로 만 28세인 두 선수는 이제 상무와 경찰청 야구단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로 아시안게임 대표에 선발되지 않았다면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할 처지였다. 결국 기회를 얻은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종목은 한국이 지난 5번의 대회 중 4번이나 정상에 올랐을 만큼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다수의 야구팬들은 오지환과 박해민이 노골적으로 병역 혜택을 노리는 꼼수를 썼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즉 대체 복무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한 것은 병역의무를 고의로 기피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
야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거의 확정적인 종목으로 인식돼 있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최정예 멤버를 내보내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라이벌 일본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꾸린다. 대만은 해외파 선수를 포함한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선수가 함께 팀을 이뤄 한국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놓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딱 한 번뿐이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이 곧 병역면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 번의 국가 대표 선발로 병역 혜택을 받는 게 합당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나지완(KIA) 같이 부상을 감추고 아시안게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동료들의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을 따내면서 본인도 함께 병역 혜택을 받은 사례는 팬들 사이에서 ‘병역 혜택 무용론’에 불을 지폈다.
자신을 야구팬이라고 소개한 회사원 이모(33)씨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우승보다 더 쉬워 보인다. 우리 야구대표팀에 과연 올림픽의 주요 정신인 ‘도전’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단순히 병역 혜택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 |
설상가상으로 한국 야구대표팀에선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부상자마저 속출했다. 부동의 중심타자가 3루수 자원인 홈런왕 최정(SK)이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차우찬(LG)과 박민우(NC)도 부상으로 나란히 1군에서 말소됐다.
결국 지난 13일 선 감독은 최종 엔트리 교체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현재 부상 등의 사유로 제 기량 발휘가 힘든 선수를 교체하기로 하고, 투수 차우찬과 정찬헌(LG), 3루수 최정, 외야수 박건우(두산) 등 4명을 최원태(넥센), 장필준(삼성), 황재균(KT), 이정후(넥센)로 각각 교체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오지환과 박해민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되며 여전히 질타를 받고 있다.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등 세부지표를 비교하며 이들보다 뛰어난 선수의 탈락을 비난하고 있다. 또 “엔트리 발표 시점에 최고의 성적을 보인 선수를 우선적으로 뽑겠다”던 선 감독의 원칙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야구대표팀은 이제 대회 결과로 말하고 책임져야 한다. 대표팀은 18일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아시안게임 대비 훈련에 들어가며, 23일 경기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해 26일 대만과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이 2010년 광저우(중국)와 2014년 인천(한국)에 이어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