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3당 간사단은 17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과 회담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자유 한국당 소속 강 위원장은 “최근 남북한과 미국에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을 중국이 미국에 제안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안 시기에 대해서는 못 물어봤지만 얼마 전인 것 같았다”며 “종전선언 문제가 미국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봐서는 미국 측 답변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유추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바른 미래당 소속 정병국 간사는 “장예쑤이 주임은 중국이 꼭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17일 오전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통위 간사단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강석호 외통위원장(왼쪽 세번째)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자유한국당 간사,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간사, 강석호 위원장, 정병국 바른미래당 간사.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간사는 “중국이 종전선언 관련해 미국과 상의를 했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중국이 정전협정 서명국이기는 하지만, 인민해방군이 공식 참전한 것이 아니어서 종전선언 참여를 강하게 주장해서 외교 문제로 부각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이제는 중국이 참여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중의 대미 설득이 조기 종전선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남북 종전선언에 앞서 비핵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특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린 평화체제, 즉 각국이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을 지지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답했다.
미국 조야에서도 한반도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그 어떤 것보다도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관계가 불편한 상태여서 중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당사자 문제라는 점을 거듭 주장해온 데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껄끄러운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종전선언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