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송진화(55) 작가의 나무조각들에는 그가 여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오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이 담겼다.
2006년부터 나무를 조각하기 시작한 송 작가는 어린 시절 겪었던 불안 요소들, 부정적 기억을 안은 채 어른이 되어 불안, 우울, 슬픔, 분노 등을 느끼며 보냈던 연약한 시절을 작품을에 담아왔다.
지난 2015년 전시까지는 칼 위에 앉은 모습, 깨진 소주병 위에 걸터 앉은 모습을 조각해 위태로운 여인을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들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나간 과거에 힘겨워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으로, 때로는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표정과 몸짓의 아이로 등장한다. “환갑에 다가서며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적인 표정과 시선, 다양한 몸짓으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체로 코와 입이 없이 눈의 생김새와 눈빛, 시선만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거나, 활짝 웃는 입모양과 눈매가 특징이다. 또 인물의 손 모양이 비교적 섬세하게 표현된다. 무의식 속에 행동하는 손은 솔직함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는 유난히 손을 조각할 때 공을 들인다고 한다.
송 작가의 개인전 ‘Here and Now’는 다음달 19일까지 열린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