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말복이 지나면서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이다. 학생들의 개학과 함께 직장인의 여름휴가도 마무리되고 있다. 가족과 즐거운 휴가는 추억으로 남지만 일상생활 복귀 후에는 예기치 않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가 적지 않다. 휴가기간을 즐겁고 신나게 보낸 만큼이나 신체 곳곳에는 피로감과 무기력증, 수면장애, 피부 트러블, 눈·귓병 등 크고 작은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전문의들은 충분한 수분섭취와 영양공급, 규칙적인 생활로 생체리듬을 되찾을 것을 권한다. 여름휴가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과 극복법에 대해 살펴봤다.
◆허리 디스크 등 증상 있으면 바로 병원 찾아야
여름휴가 시즌 찾아올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허리 디스크이다. 디스크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휴가기간 중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먼저, 휴가지로 떠나는 장시간의 이동거리이다.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서 있을 때보다 1.5배 이상 증가한다. 휴가를 위해 꽉 막힌 도로 위를 장시간 이동하다 보면, 허리에 무리가 생겨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상 레포츠장이나 워터파크를 방문했을 때는 물기로 인해 미끄러운 바닥에서 낙상을 당했을 경우 몸의 반응 속도가 늦어져 충격이 오롯이 허리에 전해지면서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세란병원 신경외과 박홍준 부장은 “휴가철에 외부 충격이나 장시간 잘못된 자세가 원인인 허리 디스크가 생겨 병원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며 “허리 통증이 있는데도 방치해 비수술적 치료로도 가능한 증상을 악화시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통증이 있을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벌겋게 붓고 지친 피부, 잘 달래야
여름철 해변이나 야외 수영장 등을 방문했다면 아무리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발랐다 하더라도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피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벌겋게 달아오르고 따끔거리고 아픈데, 물집이 잡히면 2차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햇볕에 덴 부위는 연고를 바르거나 물로 자주 식혀주는 것이 좋다. 심할 경우 얼음을 수건에 싸서 대주는 것도 방법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진욱 교수는 “화상을 입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 껍질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는 억지로 손으로 떼어낼 경우 색소침착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자연스럽게 떼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으며,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고 하루 7,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에 출근하는 여성이 화상 부위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해야 한다면 에센스나 영양크림 등을 통해 보습과 영양공급에 더욱 신경을 쓰고 가벼운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
◆유행성 각·결막염이나 외이도염도 살펴봐야
여름철 유행하는 눈병은 주로 바이러스 질환으로 보통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수영장에 다녀온 후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흔한 질환 중 하나가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2∼7일 뒤 눈이 간지럽고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지다 점차 눈이 새빨개지고 퉁퉁 붓는다. 눈곱이 많이 끼고 눈두덩이가 부어오르며 진득한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심할 경우 각막 상피세포가 손상돼 눈이 시리고 상피세포 아래가 혼탁해져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눈을 비비지 말고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물놀이 후 흔히 생기는 외이도염도 주의해야 한다. 외이도가 물에 젖으면서 피지선과 땀샘이 확장돼 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의 감염으로 발생하게 된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내기 위해 귀를 무리하게 후비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감염의 위험을 높이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김진욱 교수는 “증상은 처음에 귀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수면장애와 함께 식사하기조차 힘들어진다. 생리식염수로 가볍게 외이도를 세척해주는 것도 좋으며 귀를 후비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피로감, 규칙적인 생활로 생체리듬 찾아야
휴가 후유증의 주된 원인은 수면주기, 호르몬 체계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변하면서 오는 생체리듬의 불균형이다. 그렇다고 휴가 복귀 후 잠을 무작정 많이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과도한 낮잠은 야간의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10∼20분 잠깐 자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가벼운 목욕을 하면 근육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 20∼30분 자전거 타기, 조깅,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단백질, 비타민 등 충분한 영양섭취도 중요하다. 이들 영양소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밀린 일들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하려 하지 말고 적절히 시간 분배를 해 근무시간 중간에 짧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가능하면 출근 하루 전은 집에서 충분히 쉬는 게 좋으며, 휴가 후 적어도 3~4일은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휴가 후유증을 없애고 일상에 복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