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트럼프 무역전쟁’ 틈 타… 지구촌 영향력 높이는 메르켈

푸틴과 정상회담… 양국 관계 증진 / 에너지 협력 등 국내외 현안 논의 / 미국과 갈등 터키와도 관계 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와 마찰을 빚는 틈을 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타스통신과 dpa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베를린 인근 메제베르크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에너지 협력을 비롯한 양국관계 발전 방안과 이란 핵합의, 우크라이나 분쟁, 이란 핵합의, 시리아 내전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베를린 인근 영빈관 메제베르크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이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노드 스트림-2 공사가 끝나면 우크라이나 천연가스관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계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며 노드 스트림-2 사업을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려는 노림수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 문제를 둘러싼 ‘경제 압박’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양국관계 강화를 모색하기로 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달 28∼29일 베를린을 방문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인권탄압 등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최근 2년간 터키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터키 경제 상황이 악화한 것을 계기로 ‘유럽의 맏형’을 자처하는 독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분위기다. 터키 경제가 무너질 경우 관련 독일 기업들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수 있는 데다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경로에서 터키가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터키의 안정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