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1년 내 비핵화' 원칙에 합의했다면 그런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어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그 회담(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더 빨리 비핵화할수록 개방의 혜택을 더 빨리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우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이것들을 1년 이내에 하자고 했고 김 위원장은 '예스'라고 했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시점으로부터 1년은 남북이 이미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말대로 문 대통령이 '속전속결'을 제안했다면 이는 북한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끌어 비핵화에 실패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례에 비춰볼 때 비핵화 협상 파트너인 미국의 인내심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러한 판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문 대통령의 의중대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남북미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시하는 이벤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다.
볼턴 보좌관은 ABC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네 번째 방문을 위해 곧 평양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더욱 이목이 쏠리는 것은 미국이 그의 이번 방북을 앞두고 지난 12일 비밀리에 판문점에서 북측과 실무 접촉을 하는 등 방북 여건 조성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1, 2차 방북 때와 달리 지난달 초 3차 방북 땐 김 위원장을 못 만나 '빈손 방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미국도 구체적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일각에선 미국이 바라는 핵 물질·시설 목록 공표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빅딜'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이 남북 정상의 '1년 내 비핵화' 약속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압박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을 앞둔 김 위원장과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의 정치적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북미 간 '빅딜'이 이뤄진다면 '1년 내 비핵화'를 제안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상당한 진척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돌출할 변수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은 섣부른 '장밋빛 전망'을 가로막는다.
남북미가 구상 중인 종전선언 과정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중국을 우군 삼아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중국과 무역 문제를 놓고 대치 중인 미국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북이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부정적 역할을 미칠 수 있다는 예단마저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 온 만큼 시 주석의 방북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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