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헤어진 지 수십년 만에 북쪽에 사는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20일 오전 상봉장인 금강산으로 가면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챙겼다. 대부분 북한에서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감기약이나 진통제, 연고, 파스, 영양제 등 의약품과 내의, 속옷을 비롯한 의류, 과자 등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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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가져온 선물과 짐들이 등록대 뒤에 놓여있다. |
대부분의 상봉자들이 대형 트렁크에 선물 보따리를 챙겨와 북측의 가족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상봉자들의 마음은 선물 가방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물로는 비타민과 구충제를 비롯한 의약품과 내의, 신발, 치약, 칫솔 등 생활필수품들과 의류가 많았다. 다만 의류의 경우 가족들의 정확한 신체 사이즈를 알 수 없어 어림짐작으로 구입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에서 인기 있던 과자로 유명한 초코파이와 사탕 등 과자류를 준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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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시득(96)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금강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잠바(점퍼)나 내의 같은 옷하고 화장품, 양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함성찬(93) 할아버지는 상봉을 앞두고 방한복과 운동화, 사탕 등의 선물이 가득 들어 있는 보따리를 4개나 챙겼다. 지금은 폭염이지만 몇 달 후에 닥쳐올 추위에 북측의 가족들이 떨지 않도록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번 상봉행사에서 최고령자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신발 30켤레에 치약과 칫솔, 스뎅수저(스테인리스 수저) 20벌을 준비했다. 문현숙(91) 할머니는 비타민과 파스, 감기약 등 의약품과 내의를 비롯한 의류, 화장품을 선물로 챙겼다.
20일 오전 금강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마련된 즉석사진 촬영 서비스 부스에는 북측 가족에게 줄 사진을 찍으려는 이산가족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오래된 사진을 새 것으로 재생해 따로 준비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속초=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