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온도가 35℃에 달한다는 교도소 수용실 소식에 이어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오면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둘러싼 논쟁으로 며칠간 뜨겁게 들끓었다.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과 더위는 징벌이 아니므로 최소한의 여지는 줘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최초 교도소 에어컨 설치 반대를 주장한 청원글은 20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명인원이 5만명이 넘었다. 비슷한 내용의 청원글 여러 개와 교도소 에어컨 관련 게시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찰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교도소 ‘수용실’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수용동 에어컨 설치 계획, 수용자 거실 직접 냉방 계획 모두 없다. 근무지 냉방을 수용실 냉방으로 오인한 것 같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다만, 환자를 수용한 의료동의 ‘주복도’ 에어컨 설치를 위한 예산 배정은 사실이라면서 이 같은 경우에도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의 ‘직접 냉방’은 없다고 법무부는 거듭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복도를 오가는 근무자를 위한 냉방이라는 뜻이다.
청원 제기의 정확한 배경 파악과 에어컨 설치 사실 확인을 위해 세계일보가 지난 16일 보낸 질문서에 대해 20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법무부는 “(교도소 에어컨 반대 청원은) 근무지 냉방대책을 수용자 거실(방에서 재소자가 머무는 공간) 직접 냉방으로 오인해 생긴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름 내내 일부 교정기관은 근무자들이 오가는 주복도의 낮 최고 기온이 36℃까지 올라갔으며, 선풍기를 비롯한 냉방기기가 설치되지 않아 순찰하는 직원들이 고스란히 폭염에 노출됐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가 세계일보에 보내온 ‘주요 기관 주복도 온도’ 자료를 보면 7월31일을 기준으로 서울구치소 내부 최고 온도는 33℃를 기록했다.
같은날, 대구교도소 내부 최고 온도는 36.0℃를 기록했으며 △부산구치소 34.0℃ △대전교도소 34.0℃ △광주교도소 32.4℃로 파악됐다.
오전 9시, 오후 2시와 오후 9시 등으로 나눠 측정한 내부 온도를 푸른 막대그래프로 표시했으며, 붉은 막대그래프는 해당 일자의 기관 실외 온도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가 세계일보에 보내온 ‘주요 기관 주복도 온도’ 자료. 7월31일을 기준으로 서울구치소 내부 최고 온도는 33℃를 기록했다. 같은날, 대구교도소 내부 최고 온도는 36.0℃를 기록했으며 △부산구치소 34.0℃ △대전교도소 34.0℃ △광주교도소 32.4℃로 파악됐다. 오전 9시, 오후 2시와 오후 9시 등으로 나눠 측정한 내부 온도를 푸른 막대그래프로 표시했다. 붉은 막대그래프는 해당 일자의 기관 실외 온도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 제공. |
법무부는 “냉방기 설치 장소는 수용자 거실이 아닌, 환자들을 수용한 의료동의 주복도”라며 “근무지 중에서 순찰 빈도가 높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의 직접 냉방 계획은 없으나 근무지 냉방에 따라 간접혜택은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등 한반도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서 법무부는 수용동 내부 고온이 이어지면, ‘극단적인 인권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수용동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의 재소자가 인간으로서 삶의 최소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올라온 ‘교도소 에어컨 설치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20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명인원이 5만1000명을 넘었다.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
한편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교도소 에어컨 설치 반대’ 글을 올린 게시자는 “참다가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해서 글을 남긴다”며 “얼마 전 전국 교도소, 구치소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할 거고 일부 복도에는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예산도 내려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에어컨 설치를 다시 생각해달라”며 “우리나라 인권은 기형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게시자의 신원을 두고도 추측이 난무했다. 일반 네티즌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는 게시자가 교도소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것 같다며 교정직 공무원이나 교도관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