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터키 주재 美 대사관 ‘총기 테러’

이동 차량서 총탄 수발 날아들어 / 부상자 없어… 경찰 범인 추적 중 /‘외교 갈등’ 최악의 상황서 발생 / 터키대통령실 “최대한 빨리 조사”
터키 수도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에 20일(현지시간) 총격이 가해졌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국 대사관 앞을 이동하던 차량에서 발사된 여러 발의 총탄이 경비 초소에 날아들었다. 범인은 총격 후 달아났으며, 총격을 가한 범인이 한 명인지 다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 경찰은 범인이 사용한 차량을 추적 중이다. 차량 번호판은 목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앙카라 주재 미 대사관은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아드하’(희생절) 기간을 맞아 이번 주 휴무에 들어간 상태였으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번 총격으로 인한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터키 경찰의 신속한 대응에 사의를 표했다.
의문의 총격에 깨진 유리창 20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 앞 경비 초소의 유리창이 총탄에 맞아 깨져 있다.
앙카라=EPA연합뉴스

이날 대사관 총격 사건은 터키와 미국이 최악의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터키가 2년 가까이 억류 중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거부하자 미국은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렸다. 이에 터키도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며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는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다”며 “이는 명백히 혼란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터키는 안전한 나라이며 모든 외국 공관은 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며 “사건은 조사될 것이고 최대한 빨리 설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터키 경제에 공격을 가한 자들의 목적은 터키를 무릎 꿇리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로 터키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을 겨냥한 비판이다.

그는 지난 18일 앙카라에서 열린 여당 정의개발당(AK)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일부 세력이 경제와 제재, 외환 환율, 이자율, 인플레이션 등으로 터키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를 전략적 타깃으로 삼는 세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